전북 남원시 송동면에서 25년간 한우를 키워 온 김종화(60)씨는 7일 “소는 보통 태어난 지 2~3개월 지나면 어미와 분리해 사료를 먹이는데 지난해 가을에 난 놈(송아지)들은 덩치도 작고 성장도 더뎌 일부러 젖을 먹이려고 어미 밑에 붙여 놨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띠 해 재기의 꿈 키우는 한우 농가
작년 폭우때 300마리 중 절반 피해
낙심했던 남원 25년 축산 농가
물난리 후 암소 3마리 첫 출하
남해·구례도 송아지 출산 잇따라
당초 김씨는 한우 300마리를 키웠으나 지난해 8월 8일 남원에 4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축사가 잠기고 소 150여 마리가 죽거나 유실됐다. 김씨는 “수해 당시 소들이 농가 지붕 위로 피했다가 떨어져 죽기도 하고 일부는 둑방이나 산 위로 올라가 있다가 구조됐다”며 “25일 만에 전남 곡성에서 포획해 온 소도 있다”고 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소들 중에서도 다치거나 병든 소는 긴급 도축됐다.
물난리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뒤 김씨 농가에서는 그해 9~11월 송아지 5마리가 태어났다. 하지만 이 중 3마리가 한두 달 만에 호흡기 질환 등을 앓다가 잇달아 죽었다. 김씨는 “어미 소들이 수해 때 스트레스를 받고 오염된 물을 먹어서인지 수해 이후 태어난 송아지는 잘 크지 않고 면역력도 약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태어난 수송아지 1마리와 11월에 태어난 암송아지 1마리는 용케 살아남았다. 이들을 낳은 어미 소 2마리도 무사하다. 김씨는 “살아남은 송아지 2마리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고 했다.
경남 남해군에도 최근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해 8월 폭우 때 섬진강이 범람해 전남 구례군에서 남해 고현면 남초섬까지 55㎞를 떠밀려 왔다 구조된 소가 지난 5일 암송아지를 낳았다는 소식이다. 구례에 사는 소 주인이 지난 6일 남해군에 “우리 소가 송아지를 출산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탈진한 소를 구조한 남해군은 임신 4개월이던 소에 영양제를 주입하며 극진히 보살핀 뒤 구례 농가에 인계했다.
앞서 구례 양정마을에도 지난 여름 수마가 덮쳐 한우 1600마리 중 700여 마리가 죽었다. 당시 지붕 위로 몸을 피했다가 사흘 만인 지난해 8월 10일 크레인으로 구출된 백모(61)씨 농가의 6살 된 암소가 구조 다음 날 쌍둥이 송아지(원 안 사진)를 순산해 화제가 됐다. 구례군에 따르면 각각 ‘희망이’ ‘소망이’라는 이름을 얻은 송아지 자매는 큰 병 없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남원·남해·구례=김준희·위성욱·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