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7일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음압병동은 병원 내부의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차단하고 중증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격리 병실이다. 병실 내부의 공기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해 바이러스로 오염된 병실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다.
KAIST, 중증 코로나19 환자용 병동 개발
실제 KAIST는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 내에 450㎡(가로 15m·세로 30m) 규모의 병동을 지난달 28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중환자 치료용 음암병실 4개를 포함해 업무공간, 탈의실, 의료장비 보관실 등을 갖췄다. 이 병동을 제작하는데 한 달도 안 걸렸다.
남택진 교수는 “병동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 제작하는데 3~4주가 걸리고, 양산 모델이 갖춰지면 2주 안에 제조가 가능하다”며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한 병동의 경우 병실 1개와 전실 1개를 조립하는데 15분, 전체 병동을 설치하는 데 5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병실 내부를 음압병실로 만드는 기기가 음압 프레임이다. 가로 1.8m, 높이 2.1m, 폭 0.8m의 냉장고 크기만한 음압 프레임은 병실 내부의 공기압을 제어한다. 흡기 환풍기로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배기 환풍기로 공기를 내보는데, 이때 흡기량보다 더 많은 공기를 배기하면서 병실 내부의 압력을 조절한다.
조민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부장은 “병실 내부의 오염된 공기는 음압 프레임의 헤파필터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에 실내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병상 부족 사태 해결할까
또 기존에 일반 병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음압병상으로 전환하거나 공터·체육관 등을 음압병동으로 개조할 수도 있다. 남택진 교수는 “조립식 병동보다 부피·무게를 70% 이상 줄일 수 있고, 비용도 80%가량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군수품처럼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보관해 뒀다가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면 즉시 도입·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달 15일까지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활동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의 사용성·안정성·만족도가 검증되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조민수 부장은 “이동식 음압병동은 환자·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설계·제작했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 있는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음압병동
음압병동은 기압 차를 이용해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병동이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흘러가는 원리를 활용해서, 병실 내부의 기압이 외부보다 낮게 설계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서 오염된 공기가 정화 시설을 갖춘 방향으로 흐르게 하면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