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줄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시민의 절절한 소망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취준생은 구직전쟁에서, 취업한 사람은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는 적자의 수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울부짖음이다. 또 비대면 확산으로 소원해진 대인관계에서,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생긴 정신적 마찰에서 살아남으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
“나만이라도 살겠다” 목소리
기업 “알아서 살아남자” 팽배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업, ○○○업 등은 시위를 했더니 규제를 풀어줬다. 우리도 뭉치자”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1년간 이어진 방역으로 자영업이 벼랑 끝에 몰리자 이제는 나라도 살아남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재계는 요즘 쑥대밭이다. 희망이 가득해야 할 새해 초지만 낭패감에 젖어 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규제 3법’이 지난해 통과된 데 이어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규정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가 규제 3법 등과 관련해 “기업이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 몇 가지 사항만이라도 보완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묵묵부답이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법인대표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중소기업 대표의 99%가 사주이어서 대표가 구속되면 사고가 나도 수습할 수가 없고 기업은 도산한다고 읍소해도 여당은 법안 통과를 강행할 태세다.
기업에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에 빗대 ‘이정망(이번 정권에선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무슨 말을 해도 정부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이다. 앞으로 크고 작은 선거가 이어지는 데다 ‘규제완화=기업특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기업 옥죄기는 반복될 것이란 진단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당분간은 정부에 기대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 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67개국 가운데 28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사회 신뢰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개인 간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을 나타내는 사회 자본 분야에서 한국은 139위에 머물렀다. 상대방을, 제도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는 코로나19 확산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각자도생이 아닌 돌봄과 연대, 이것이 가득해야 건강한 사회다. 그런데 나만이라도 살아남자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진다. 올해는 각자도생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불안하다. 그래도 반전을 기대해본다. 새해의 시작이니까.
김창규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