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언론 알아라비아 영문판은 이날 억류 소식을 전하며 “이번 사건은 한국 외교부 차관보의 테헤란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이란 외교부는 해당 인사의 방문이 며칠 내로 이뤄질 것이며,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제재로 한국 계좌에 묶인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돌려달라는 이란의 요구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알아라비아는 ‘차관보(deputy minister)’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이란 방문을 추진한 것은 최종건 1차관이라고 한다. 외교부 1차관은 양자관계를 총괄하는데, 최 차관이 한국과 이란 간 양자관계 현안 논의를 위해 이란 방문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르면 수일 내로 최 차관의 이란 방문 계획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 일정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한국의 고위 당국자 방문을 앞두고 이란 정부가 한국 선박을 억류하고 한국인 선원들을 체포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반응이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지방 검찰의 지시에 따라 선박을 억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법 절차’에 따른 계획적 조치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이란 언론들은 이란혁명수비대가 선박의 해양 오염 현장을 적발했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을 계속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한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앞두고 한국 선박을 억류까지 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진다. 이란은 한국 시중은행 계좌에 동결된 원유 수출 대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는 대부분 금지됐고, 한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며 대금을 입금해둔 계좌도 동결됐다.
다만 정부는 과도한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국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와 주이란 대사관은 우리 선박 억류와 관련해 상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의 조기 억류 해제를 이란 당국에 요청중”이라고 말했다.
유지혜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