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금융업계다. 인터넷 뱅킹과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종이 문서의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고객 입장에서도 통장개설·상품가입 때 서명 절차 등이 간단해져 불편이 줄어든다. NH농협은행은 최근 공무원연금공단·금융결제원과 데이터를 연계해 블록체인 기반 자동 대출 자격정보검증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종이 융자추천서 발급·제출 없이 대출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 내려받은 건 수
올해 1612만건, 1년 새 4배로
효율 높이고, 자원 소모 줄지만
디지털 소외계층 소외 부작용도
교육계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보편화하면서 페이퍼리스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학생 등이 디지털 교과서를 내려받은 건수가 2019년 3~10월 396만7027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12만4621건으로 4배 늘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온라인 기반 보고·결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의실 등에 전자 칠판을 도입한 지 오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인쇄물이 아닌 파일로 제작해 공개하는 곳도 많다. 건설현장에서는 종이 도면 대신 태블릿PC로 도면·기술정보 등을 확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오프라인상의 등기우편과 같이 송·수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문서 유통량은 2017년 294만건, 2018년 443만건, 2019년 1380만건, 지난해 3분기까지 2700만건 등으로 급증세다. 반면 페이퍼리스 확산으로 내수용 인쇄용지 생산량은 2015년 167만1500t에서 2019년 145만1127t으로(한국제지연합회 자료)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문서 관리에 필요한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업무처리 속도와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자문서의 효력을 명확히 하고, 각종 규제를 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되면서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전자문서 활용 확산 및 데이터 축적이 빨라지고 종이 없는 사회 실현을 촉진할 것”이라며 “2023년까지 약 1조10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되고, 2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시장 창출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저소득층·외국인 등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은 혜택을 누리기보다는 각종 금융거래나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보안 이슈처럼 페이퍼리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예컨대 종이에 기록된 정보는 아예 찢어버리면 정보 자체가 사라진다. 해당 문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아도 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전자 매체에 저장된 정보는 유통·보관과정에서 재생산되기 쉽고, 해킹 및 정보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종이 문서 위주의 관행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일부 매장에선 소비자가 전자영수증을 제시해 환불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외부감사 등에서 여전히 종이 영수증만 증빙 자료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병원에서는 최근 모바일 앱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전자처방전을 도입했지만 환자·약국들이 시스템 운영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이용률이 저조한 형편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