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셋·시집 하나, 머니북은 없다…25조 ‘큰손’의 추천도서

중앙일보

입력 2021.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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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추천한 책들. 사진 직원 SNS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연말연시를 맞아 7권의 도서를 추천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Happy reading”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연말연시(the holiday season)’에 읽을 만한 책들의 제목과 그 이유 등을 짤막하게 적었다. 토종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9년 말 현재 234억 달러(약 25조4000억원)로 아시아에서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평소 다독가로 알려진 김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추천하는 책으로 드러내곤 한다.   

김병주 회장(가운데)이 MBK 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과 함께 한 모습. 사진 MBK장학재단

 
첫 번째 책은 『축복받은 집(원제: 질병의 통역사·Interpreter of Maladies)』이다. 1999년 처음 출간된 줌파 라히리의 단편소설로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의 소설로 이민자의 자기인식을 다뤘다. 주인공은 국가 간 선린우호를 주재하는 통역사의 꿈을 접어둔 채 부업으로 병원에서 원주민과 의사 사이의 진찰과정을 통역한다. 이 소설에 대해 김 회장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의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평가했다.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러시아 귀족인 백작이 볼셰비키 혁명 직후 격변의 시대를 의연히 마주하는 흥미롭고 긴 서사로, 김 회장은 “세심하고 우아하게 펼쳐지는 역사 소설”이란 한 줄 평을 달았다.

 
『Lake Success』는 게리 슈테인가트의 소설로 2018년 발간됐지만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다. 완벽해 보이는 상류층 부부가 어린 아들의 자폐증을 계기로 관계의 분열을 겪고 삶의 허상과 혼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재정적인 부와 감정이 교차하는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소설”.
 
화제가 됐던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등이 2020년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한·중·일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시각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MBK파트너스와도 교집합이 있다. 김 회장은 이 책을 읽고 “한국 사회에 고한, 새로운 여성운동을 향한 통렬한 선언문”이라고 평했다.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은 영국 출신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말콤 글래드웰의 신간이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하는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통해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김 회장은 “우리 세대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중 한 사람이 선사하는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며 추천했다.

 
김병주 회장은 『A Promised Land(약속의 땅)』에 대해 “미국 44대 대통령이자, 탁월한 문장력을 갖춘 버락 오바마의 회고록”이라고 했다. 2020년 11월 발간돼 1월1일 현재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출판 당시 “내 대통령직에 대한 정직한 설명이자, 우리가 어떻게 분열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지 집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 『A Collection of Poems』이 마지막 추천서다. 단순한 어휘 속에 담긴 소박한 서정이 삶의 진실과 닿아 변함없는 감동을 준다. “겨울, 평온함을 위한 시집”이란 짤막한 문구로 소개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