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중 한국 프로젝트가 딱 하나 있다. 납골당이다. 역설적이게도 죽은 자의 공간이 지속가능한 도시 후보로 꼽혔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에덴 낙원 메모리얼’이다. 최시영 디자이너(리빙엑시스 대표)가 디자인해 2017년 문 연 곳이다.
고정관념을 깨부순 건 디자인의 힘이다. 최시영 대표는 “정원이 중심에 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납골당의 정원 면적은 1만447㎡(약 3200평)에 달한다. 푸른 자연이 시설을 압도한다. 정원에서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과 식물은 셀 수 없이 많고, 이를 쫓아온 새와 벌로 생기가 넘친다. 최 대표는 이 정원을 중심으로 죽은 자와 산 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산 자는 이곳에서 삶에 가까운 죽음을 어둡지 않게 돌아보고 나아간다. “정원은 우리에게 사색과 위로를 안겨준다”는 최 대표의 말처럼 자연은 철을 저절로 알게 한다.
미국 건축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의 저서 『공간혁명』에 따르면 같은 주택단지라도 녹색 뜰이 있는 곳과 콘크리트로 포장된 뜰이 있는 곳 주민의 삶이 달랐다. 녹색 뜰이 있는 주민이 스트레스에 더 강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에 더 잘 대처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인지 능력도 뛰어났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지만, 부디 콘크리트 도시에 갇히지 말았으면 한다. 가까운 자연에서 철을 알아 가는, 싱싱한 푸른빛이 도는 신축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은화 부동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