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공채 있는데…편법 행정"
31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일선 초등학교에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를 주 40시간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으로 처우를 개선해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방과 후 학교 코디’로도 불리는 자원봉사자는 그동안 방과 후 학교 관련 서류 작성, 학생 출결 점검 등 방과 후 담당 교사들이 하던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보조원 성격이다. 2009년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했고, 이후 학부모를 자원봉사자로 위촉하거나 단기 근로자를 따로 채용하는 등 학교마다 다양하게 운영됐다.
경남교육청 지난 24일 전 초등학교 방과후 관련 공문
11월 1일 근무 중 자원봉사자 384명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 중 지난 4~8월 사이 채용된 인원도 16명 달해
신분이 전환되면 처우도 크게 달라진다. 현재는 1인당 월 60만원(총 예산 21억원) 정도를 받았지만, 교육공무직이 되면 기본급 180만원(총 예산 83억원)과 급식비 14만원이 나온다. 또 4대보험과 근무연수에 따라 퇴직금이 나오고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도 받는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30일 교육감께서도 ‘100%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씀하셨지만, 시험은 보지 않더라도 심층 면접 등을 통해 결격사유 등 적격성을 평가해 전환할 계획”이라며 “교사들이 맡아왔던 방과 후 학교와 관련된 업무를 경감해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라고 말했다. 현재 경남교육청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전교조 출신 박종훈 교육감이 맡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경남교육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348명 중에는 지난 8월에 자원봉사자로 채용돼 3개월 만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9월 1일 자로 현황 파악을 한 것이어서 9월 1일 이후~10월 사이에 채용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나온다. 이 외에는 7월 3명, 6월 2명, 5월 6명, 4월 4명, 나머지는 3월 전후에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측은 “이 부분과 관련해 법률 자문한 결과 자원봉사자의 근로성이 인정돼 근무 기간과는 상관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수년간 근무했다고 하더라도 11월 1일 이전에 해촉되거나 위촉 기간이 종료된 사람 또는 11월 1일 이후에 위촉된 사람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공무직 시험을 공부하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육공무직을 공채로 선발하고 있다. 정년퇴직 등 결원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하소연이다. 내년 1월 경남도교육청의 교육공무직은 242명 채용에 2143명이 몰려 평균 8.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직종인 창원 학부모지원전문가 채용 경쟁은 93대 1에 달한다.
한 교육공무직 취업준비생은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남 교육청 형평성 고려 채용 요청’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공개 채용이라는 제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편법적인 행정행위를 통해 채용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경력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고 공정한 절차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전환기준 근무일에 근무하시고 계시니까 절차를 무시하고 채용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요”라면서 “이런 식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면 공채제도는 왜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 고문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