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추미애 책임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2020.12.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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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그 안의 독방이나 격리병동에 다시 갇히는 초유의 ‘이중격리’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재소자가 쇠창살 틈으로 손을 내밀어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쪽지를 흔드는 장면은 6년 전 세월호 참사 때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외치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다 숨져간 수백 명의 학생을 연상케 한다. 인권 유린의 비극적 현장에서 흘러나온 절박한 외침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 수용시설 내 K방역의 난맥상이다. 국민 혈세로 자화자찬의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찍어 대대적으로 공개한 홍보용 K방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동부구치소에선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29일 첫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그 사이 확진자는 792명으로 폭증했다. 수용자들이 밀집생활을 하는 구치소나 교도소는 군대와 마찬가지로 방역에 아주 취약하다. 특히 고층 아파트형 건물인 동부구치소는 전형적인 3밀(밀집·밀접·밀폐) 형태인 데다 수용 정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한 방에 10명까지 과밀 수용한 탓에 사전에 엄격한 방역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구치소 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소자들에게 KF 인증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 첫 확진자 발생 후 3주 만에야 늑장 전수검사에 나섰다. 이 기간에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100일마다 방을 바꾸는 ‘전방 조치’도 중단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불평이 나왔다고 한다. 초기 방역부터 잘못해 집단 감염의 재앙을 불렀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찍어내기 몰두하다 방역 소홀
장관 그만둬도 진상 규명해 단죄해야

동부구치소는 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구치소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시기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지난달 24일)를 시작으로 정직 2개월 의결(지난 16일)까지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주무 장관이 국민 생명의 보호, 교정시설 관리라는 국가적 의무를 내팽개치고 윤 총장 축출에 매달리다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 아닌가.
 
추 장관은 지난 한 달여간 윤 총장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렸지만 구치소 집단 감염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내놓지 않았다. 29일 동부구치소에 얼굴을 비쳤지만 마지못해 찾아간 ‘30분 쇼’ 인상이 짙다. 이 상황에서도 추 장관은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는 글을 공유했다.
 
동부구치소 참사는 국민에겐 생활방역과 희생을 강요해 놓고 정작 정부는 방역 직무유기를 저지른 사건이다.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한 뒤 추 장관과 교정시설 관련자들에게 상응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려야 마땅하다. 추 장관은 개각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동부구치소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