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재판장)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하고, 최씨가 받은 말 ‘라우싱’을 몰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7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는 과거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데 비해 줄어든 구형량이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 중 가장 형량이 높았던 재산 국외도피 혐의에 관해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해 전체 구형량이 준 것이다.
실형 vs 집행유예, 특검-이 부회장 측 공방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국정농단 사건 다른 피고인의 양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공방을 벌였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징역 20년, 최씨가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것을 볼 때 집행유예를 선고할 사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것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검은 “이들에게 무조건 과도한 엄벌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에 공헌한 바를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법치주의와 헌법 정신을 수호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양정을 해달라는 게 재판부에 대한 마지막 간청”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지위와 권세를 남용해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이 부회장이나 삼성이 얻은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기업이 공익적 요청을 앞세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명분을 찾기는 어려운 점을 양형에 참작한다면 집행유예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심에선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선 집행유예를 받았다.
준법감시위, 양형에 얼마나 반영될까
특검은 이날도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양형 요소로 산정돼선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특검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인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긍정적 평가를 한다고 하더라도 감경요소로서 진지한 반성은 인정하기 어려움이 쉽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제도가 대폭 강화된 점이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로 지난 5월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에 비판적인 인사가 다수 포함된 외부기구인 준법감시위가 준법 통제를 한다는 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획기적 변화”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앞서 “준법감시위가 유일한 양형 요소가 아니며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종 결론은 재판부의 손에 달린 셈이다.
“모든 건 제 잘못” 울먹인 이재용
특히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을 이야기할 때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두 달 전 영결식에서 친구분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추도사를 해주셨다”며 “저의 정신과 자세를 바꾸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시스템을 만들어 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드는 게 일관된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1월 18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