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3시간 골든타임 넘길라”…‘생존신호 감지’ 제주 전복 어선 수색 ‘발동동’

중앙일보

입력 2020.12.30 13:3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29일 오후 9시 11 분 분쯤 제주 어선 전복 사고 구조현장에 제주해경이 도착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동그라미 안이 뒤집힌 선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해상에서 전복된 저인망어선 M호(39t)에 대한 구조·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온 상황에 따라 최소 12시간을 넘길 경우 선원들의 생명이나 건강에 지장이 생길 우려 때문이다.
 
 30일 제주해경에 따르면 실종된 선원 7명에 대한 수색·구조작업이 기상 악화로 난항을 겪고 있다. M호는 이날 오전 4시께 방파제와 충돌해 일부 선체가 유실됐다. 해경은 배가 사실상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수온 15도 12시간, 18도의 경우 33시간”
신고 후 해경과 11차례 통화하며 구조 기다려
제주항 방파제 충돌 선수·선미 분리 침몰 추정

 해경은 특히 선원들이 바닷물과 접촉했을 경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인 ‘골든타임’에 주목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이 해역의 수온이 15∼16도임을 고려할 때 생존 가능 시간은 최대 12시간 정도다.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한계시간을 2시간여 남긴 상황이다.
 
 해경은 이날 오전 3시 13분까지 배 후면에 있던 선원 5명의 생사가 확인 된 만큼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해역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수온이 18도인 경우 생존가능 시간이 최대 33시간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수색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사고신고 접수 약 1시간 30분만인 지난 29일 오후 9시 11분쯤 제주항 북쪽 약 1.6~2.6㎞ 해상에서 전복된 M호를 발견했다. 해경은 뒤집힌 선체 위로 올라탄 구조대원이 선체를 두들기자 선내에서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30분 간격으로 선체를 두드렸고 한국 선원과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이날 오전 3시13분까지 이들의 생사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잠수장비를 착용한 구조대원을 투입해 선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높은 파도와 그물 등이 얽혀있어 구조에 실패했다. 또 전복 어선에 리프트 백(배에 부력을 더해주는 공기 주머니)을 설치해 침몰을 막았다. 하지만 오전 3시쯤부터 풍랑이 점차 강해져 오전 4시께 선체가 방파제와 충돌했다. 사실상 침몰한 선체는 선수 일부분과 선미 껍데기만 발견됐다.
 
 이날 현재 제주 해상에는 풍랑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사고 해역에는 초속 15~17m의 거센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4~5m로 높게 일고 있다. 해경은 “강풍과 높은 너울이 겹치고, 전복 선박에서 유출된 그물 등 어구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 선체 내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해경 대원 2명이 어깨가 탈골되고 무릎 등에 부상을 입었고, 고속단정 2척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M호는 29일 오후 7시 46분쯤 제주항 북서쪽 1.6~2.6㎞ 해상에서 외국인 선원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전복됐다는 신고가 첫 접수됐다. 그물을 이용해 조기 등 생선을 잡는 이 배에는 선장 김모(55)씨 등 한국인 선원 4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는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출항한 지 3시간여 만에 발생했다. M호는 출항 당시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출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어선의 위치발신장치(V-pass)가 29일 19시22분쯤 소실됐다”며 “배가 일정한 각도 이상 넘어지면 신호가 오게 돼 있으나, 배가 급격히 침수가 되면서 기계가 망가져 발신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해경은 이날 대형경비함 8척과 항공장비 등을 투입하고, 1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선다. 또 기상 여건이 나아지는 대로 제주항 방파제 등에 잠수사를 투입할 계획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