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하벙커 파괴 노린다…美, 저위력 핵탄두 실전배치 완료

중앙일보

입력 2020.12.30 11:44

수정 2020.12.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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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저위력 전술핵의 실전배치를 끝냈다고 밝혔다. 저위력 전술핵은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가장 적합한 무기로 꼽힌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테네시함. 지난해 12월 저위력 전술핵인 W76-2를 처음 탑재하고 초계임무에 나섰다. [사진 미 해군]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는 국가핵안보국(NNSA)은 28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20회계연도에 W76-2 조립을 완수했고, 전량을 해군에 인도했다”고 적었다. 2020회계연도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다.  
 
W76-2는 미 해군의 SLBM용 핵탄두인 W76의 폭발력(90㏏)을 5㏏(1㏏은 TNT 1000t의 폭발력) 수준으로 줄이도록 개조한 것이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의 위력은 15㏏ 정도다. W76-2는 미 공군이 전투기나 폭격기에 다는 전술핵 폭탄인 B61(0.3~170㏏)의 최대 폭발력(170㏏)보다 약하다. 


저위력 전술핵인 W76-2 프로그램 로고.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의 탄두로 달 수 있다. [NNSA]

 
미 해군이 이 탄두를 전략잠수함에 탑재했더라도 사실상 전술핵이라 불리는 이유다. 또 북한과 이란이 지하에 만들어놓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W76-2의 생산량에 대해선 밝히진 않았다. NNSA는 2019년 2월 첫 W76-2를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엔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테네시함(SSBN 734)이 W76-2 핵탄두를 장착한 채 초계임무 출항을 나갔다.

 
W76-2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작품이다. 미 국방부는 2018년 2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 “미국의 국지 핵 억제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라며 W76-2 같은 저위력 핵탄두의 개발을 예고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W76-2를 “자주 사용하고 싶어진다”는 이유로 “나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근대화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대 1조 달러(약 1000조원)로 예상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그러나, W76-2는 이미 실전배치 완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대못박기인 셈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