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 9월 750억원을 투자한 싱가포르의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12년 설립된 캐러셀은 인공지능(AI) 기반 초간편 중고거래로 동남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 잡았다. 기업가치는 약 9억 달러(9850억원).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고젝의 뒤를 이을 열 번째 동남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후보로 꼽힌다.
[인터뷰] 캐러셀 공동창업자 퀵 시우 루이 대표
중고가 AI를 만나면
캐러셀은 '사진 찍어 팔고, 채팅으로 산다(Snap-Sell, Chat Buy)'를 모토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기반 중고거래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현재 동남아 8개국에서 쇼피(Shopee) 같은 이커머스 강자들과 쇼핑 카테고리 앱 1~2위를 다투는 중이다. 국내서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월사용자 1200만을 넘기며 쿠팡(2054만)에 이은 쇼핑 앱 2위다. 캐러셀은 동남아판 당근마켓인 셈.
- 캐러셀의 강점은 뭔가?
- "거래를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사용자가 더 쉽고 즐겁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기술과 커뮤니티가 중심에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 경험 개선이 현재 캐러셀의 강점이 됐다."
캐러셀은 싱가포르에서 손꼽히는 AI 기업이다. 판매자가 물품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자동식별해 적절한 카테고리에 분류하고 태그를 입력해주는 AI 리스트(List) 기술이 핵심이다. AI는 사용자에게 게시물 제목과 적정 가격을 제안하고, 물건에 관한 소비자의 질문에 답도 한다.
'커뮤니티 그룹'도 캐러셀의 인기 요소다. 레고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레고 그룹'을 팔로우하면 그룹 내엔서 레고 브릭에 대한 대화나 토론을 할 수 있다. 그룹은 학교·지역·관심사 등에 따라 다양하다. 퀵 대표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단순 거래를 넘어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이야기를 캐러셀에서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중고로 안 파는 게 없다
실제로 캐러셀은 동남아 8개국에서 중고거래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체 결제수단인 캐러페이를 도입했고, 명품·중고차·부동산·구직·금융상품까지 다루며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누적 등록된 상품만 약 2억 5000만개.
지난해 11월엔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어 그룹과 손잡고 말레이시아·베트남·미얀마의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을 합병했다. 퀵 대표는 "동남아 각국은 언어·문화·통화가 모두 다르다"며 "각국의 지역 사투리까지 고려하는 초지역화(Hyper localize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중고거래 패턴도 바꿔
네이버, 캐러셀 키워 동남아 파트너 삼을까
- 네이버와 협력은 어떻게 진행될까.
- “캐러셀은 규모를 키우고 있다. 투자금은 최고 수준의 인재 영입에 쓸 계획이다. 모바일 기술 선도 기업인 네이버와는 온라인 거래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진출은 명확한 계획이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 앞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 앞으로 중고거래 시장은 계속 성장할까.
- "중고거래는 이미 소비 트렌드가 됐다. 밀레니얼의 소비 가치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고거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품을 연결하는 새로운 소비방식이 될 것이라 본다."
인터뷰 말미에 유니콘 가능성을 묻자 퀵 대표는 "유니콘이란 타이틀은 부수적인 요소"라며 "10억 달러를 버는 것보단,10억 명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진짜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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