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 전 장관, 허위 인턴십 증명서 작성”
조씨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한 적 없었지만 정 교수는 남편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줬고, 조 전 장관은 자신의 교수실에서 “2009년 5월 1일~15일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음을 증명한다”는 허위 내용의 문서를 만들었다. 이후 당시 센터장인 한인섭 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무국장에게 대신 직인을 날인하게 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법정에서 딸 조씨가 실제 세미나에 참여했는지 공방이 벌어졌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서울대 로스쿨 교수 동료인 한 원장이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에 주목했다. 그는 “세미나장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을 본 기억은 있으나 조씨를 만나거나 조 전 장관으로부터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판결문에서 “한 원장이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이 “존경하는 선배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언급한 한인섭 교수가 왜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일까.
인턴증명서 발급일, 3년 뒤였다면?
이는 한 원장이 허위 확인서 발급에 직접 관여했다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사문서인 경우 권한을 가진 그가 허위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하더라도 사문서 위조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반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무형 위조(無形僞造: 권한 있는 사람이 허위 문서를 작성하는 일)에 해당돼 한 원장은 허위 공문서 작성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조 전 장관이 딸 조민씨의 대학 또는 대학원 입학에 이를 사용할 줄 알고도 발급해줬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허위 공문서 행사의 공범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선 서울대가 독립법인으로 전환된 3년 뒤 2012년 발급한 인턴 증명서(사문서)였다면 친한 후배 부부를 위해 “조민을 봤다"고 진술할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해도 한 원장으로선 처벌 받을 위험이 없고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이 부분 무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으로선 2009년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위조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당시 딸 조민씨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도와준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에게도 허위 인턴 확인서를 만들어 줬다. 이른바 부모 사이의 ‘자녀 스펙 품앗이’였다.
장 교수 아들은 법정에서 “제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는 아버지들끼리 서로 교환을 약속한 스펙 품앗이였다”고 증언까지 했다.
허위 공문서 작성, 조국 형량에도 영향
조 전 장관은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지만, 양형위원회는 1000만원 미만 뇌물은 기본 징역 4개월~1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은닉 혐의 등 증거인멸은 6개월~1년 6개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명의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발급‧제출한 사문서위조는 6개월~2년이다.
그러나 허위 공문서 작성은 기본 8개월~2년형, 다량·반복 위조 및 행사 등으로 가중처벌할 경우 1년 6월~3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