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체육회장선거, 이기흥 vs 반 이기흥

중앙일보

입력 2020.12.29 00:03

수정 2020.12.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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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회장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이기흥(65·사진) 현 회장의 우세 속에 이에 맞설 ‘야권’ 후보군이 단일화를 이룰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체육회는 내년 1월 28일 새로운 수장을 선출한다.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체육회장은 연간 4000억원에 이르는 체육 예산의 집행권자다. 62개 정회원 종목단체와 17개 시·도체육회, 생활체육 등 체육계 전반을 이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은 29일이다. 후보자는 기탁금 7000만원을 내고, 득표율 20%를 넘으면 돌려받는다. 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218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지지층 두터운 이기흥 회장 우세
이종걸·유준상·강신욱·윤강로 도전
정책 대결 대신 정파 싸움 우려도

 
체육계는 이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본다. 이 회장은 2000년 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시작으로 카누연맹, 수영연맹 회장을 거쳐 체육회장에 올랐다. 20년 동안 체육계에서 활동하며 폭넓은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나머지 후보들이 ‘반(反) 이기흥’을 외치며 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분리 반대 ▶체육인에 특화된 인권 프로그램 개발 ▶생활체육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 체육회장선거

이 회장의 경쟁자로 첫 손에 꼽히던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은 2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장 명예총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장 총장은 “중앙선관위원회가 (입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두 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체육계 안팎의 여론이 나빠지자 출마를 포기했다.

 
같은 날, 이종걸(63) 전 국회의원이 장 명예총장과 바통 터치하듯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장 명예총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낸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009년부터 4년간 대한농구협회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이 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체육회에 온정주의와 파벌주의가 만연하다. 스포츠계에 비리가 만연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28일 기자회견에선 ▶체육부 부활▶종목단체와 지방체육회에 대한체육회 권한 분산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상생 협력 ▶비무장지대 올림픽 평화 체육공원 조성 등을 약속했다.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장,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유 회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강 교수는 전농여중과 용산고 하키부를 지도했고, 체육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일했다. 윤 원장은 ‘체육외교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을 지냈다.

 
유 회장, 강 교수, 윤 원장은 이 회장에 맞서기 위해 25일 회동을 갖고, 큰틀에서 단일화에 합의했다. 추후 이 전 의원과도 교류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체육회장 선거가 정책 대결 대신 정파적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여당 내에서도 이 전 의원이 아닌 이 회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