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9800만원 든다"…동부구치소 감염발 KF 마스크 대란

중앙일보

입력 2020.12.28 15:37

수정 2020.12.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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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수건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날 동부구치소 내 수용자 일부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로 긴급 이감됐다. [뉴스1]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기 전까지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KF(Korea Filter: 식약처) 인증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한장 당 소매가로 1400원씩 하는 KF 마스크를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와 교정 공무원 7만명에 공급하려면 매일 약 1억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동부구치소 확진자 또 748명으로 늘었다 

28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전날 515명이던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차 전수 검사 결과 748명으로 늘었다. 누적 확진자는 수용자 중 721명, 직원 21명, 출소자 6명 등이다. 동부구치소는 정원을 초과한 수용자 중 469명을 경북 청송군 진보면의 경북 북부 제2교도소로 급히 이송했다. 

변호사들 "동부구치소, KF 대신 덴탈마스크 썼다"
"전국 수용자·공무원 7만명 KF 매일 줄 예산 없어"

동부구치소 최초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가족으로부터 감염된 직원이었다. 이 직원이 구치소 근무 과정에서 다른 직원과 수용자에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이후 폐쇄된 시설 내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동부구치소는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에서 직원과 수용자 187명, 지난 23일 2차 검사에서도 288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검사를 할 때마다 200여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확진자들이 28일 오전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10층 이상 고층으로 되어 있는 구치소는 서울동부구치소와 인천구치소, 수원구치소 등 3곳이다. [연합뉴스]

 

“동부구치소 대량 감염 전 덴탈 마스크 쓴 수용자 봤다” 목격담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에 동부구치소에 피의자를 접견한 변호사들 사이에서 “수용자들이 덴탈(수술용) 마스크를 써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비말 차단 성능이 90% 이상인 KF 마스크가 아니라 헐렁한 덴탈 마스크를 써서 코와 입 양쪽으로 숨이 나오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확진자 발생 이전에 KF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확진자 발생 이후에는 KF 인증 마스크를 전 수용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신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는 개인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외부로 나가거나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에도 KF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통계청의 가격조사 결과 지난주 보건용 마스크(KF94)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장당 720원으로 그 전주 749원보다 내렸지만 오프라인 판매 가격은 1387원이다. 지난해 일평균 교정시설 수용자 5만4624명과 교정 공무원 1만6101명에게 매일 1장씩 마스크를 지급하려면 하루 예산만 5100만원~9800만원이 든다.
 
게다가 동부구치소는 수용정원 2070명 대비 342명(16.5%) 초과한 2412명이 수용된 상황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급속한 확산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구치소는 과밀 인원으로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며 “일반 국민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용자에게 마스크를 매일 지급했다면 오히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집단발생과 관련하여 현황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사진 법무부]

 

“신천지 땐 '즉각 강제수사' 지시 추미애 동부 사태엔 안 보인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신경을 쓰느라 구치소 감염 사태에 콘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7일에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추미애 장관이 지난 3월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강제 수사가 즉각 필요하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지만, 동부구치소 사태에 관해선 이렇다 할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3월엔 법무부 장관이 특정한 사건을 두고 구체적 수사방법을 거론한 게 이례적인 데다, 밀행성이 필요한 압수수색을 지시하고 언론에 공표까지 해 국회에서도 ‘월권’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일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집단 감염 실태를 점검한 다음 날 수용자가 수용실을 이탈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법무부는 “구치소 내 소동은 일상처럼 벌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검찰 간부는 이날 “법무부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