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도 못 피한 코로나19 ‘폐업 절벽’
서울시ㆍ중구 등에 따르면 이곳은 명동이라는 입지와 비빔밥이라는 메뉴 덕분에 외국인 손님이 70%를 차지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극심한 영업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 여름 탁구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 탁구장 관리를 맡아온 이윤자(70)씨는 “많은 이의 추억이 깃든 사랑방 같은 곳”이라며 “탁구장 문을 닫던 날이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영업자의 고통은 각종 통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중ㆍ대형 상가 공실률은 급등세다. 대표적인 오피스 밀집지역인 광화문은 지난해 4분기 3.7%에서 올해 3분기 9.3%로 올랐고, 강남의 핵심상권인 강남대로는 같은 기간 4%에서 16.4%로 뛰었다. 보통 인기 상권에는 폐업한 자리에 금방 다른 점포가 들어서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하는 상점이 워낙 많다 보니 공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특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4개월 연속 감소하며 역대 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내보내거나, 창업할 때 아예 직원을 두지 않았다(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점포에서 자동주문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두지 않는 것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부진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추가적인 충격이 온 것”이라며 “한국은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자영업 폐업이 늘면 고용이 축소되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또 국내 자영업 가구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구가 올해 2월에는 2.3%에 머물렀지만, 이달엔 6.2%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각종 예ㆍ적금을 깨고 보유한 주식 등을 팔아도 올해 누적된 가계수지 적자를 보전하지 못하는 가구가 그만큼 급증했다는 의미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은 결국 빚을 내 코로나19 고비를 넘기려 한다”며 “하지만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같은 연말 고강도 대책에 작은 모임마저 다 취소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2월14~20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서울은 43% 줄었다. 전년 대비 매출비는 둘 다 올해 들어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노래방(-94%)ㆍ전자게임장(-93%)ㆍ실내체육시설(-76%)ㆍPC방(-57%) 등 대면접촉이 많은 곳의 타격이 도드라졌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식당(-48%)의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정연승 차기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기업이 현재의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게 하고, 양질의 기업이 생겨나 신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해서 실직ㆍ은퇴자가 레드오션으로 변한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유인을 줄이는 것이 자영업을 살리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지원을 한다면 지금 정부에서 거론되는 일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영업ㆍ소상공인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