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와 상의 없이 나온 일방통행식 정책 발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기간산업이라 치켜세우던 정부가 정유 산업을 적폐로 낙인찍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며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데 규제까지 발목
2050년 탄소중립 선언도 쇼크
“석유제품 수출 비중 12%로 상당
목표 좋지만 경쟁력 유지 감안을”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정제 시설 규모는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며 “석유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탄소중립 목표치만 무턱대고 내세우지 말고 수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올해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인 정유사는 안팎으로 가시밭길이다. 국회엔 정유사를 타깃으로 한 규제 법안이 쌓여 있다. 석유를 1L 생산할 때마다 지방세를 1원씩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올해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엎어져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까지 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 지원이 없이는 정유사의 탄소중립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 정유 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선 정유공장 문을 닫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며 “저비용에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정부가 개발해 민간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