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상황에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고는 하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25일 일본 중의원 운영위원회)
“당시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자민당 총재로서, 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여·야당 모든 국회의원에게 깊이 사과하고자 한다.” (24일 기자회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거듭 고개를 숙였다. 재임 중 지역구 주민 수백명을 ‘벚꽃 보는 모임’에 초청해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전날 도쿄지검 특수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아베 전 총리를 불기소 처분했다.
아베, '벚꽃 스캔들' 관련 연일 사과했지만
"책임지고 의원직 내려놓으라" 비판 계속
日 언론, "불기소, 국민들 납득 어려워"
논란 장기화하면 스가 내각에 악영향
아베, 국회서 118회 '허위 답변'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아베 사무실 측에서 참석자들을 대신해 지불한 행사 비용은 선관위에 기록이 남아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00만엔(약 7453만원)이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5년도분을 포함하면 약 900만엔(약 9577만원)에 이른다.
일본 중의원(하원) 조사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참의원 본회의와 예산위원회 등 총 33차례 회의에서 아베 전 총리가 했던 답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거짓 답변'을 한 경우가 총 118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로라면 스가 내각 지지율 20%대로"
하지만 사과에 그칠 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은 24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논란으로) 국회를 공전시킨 아베의 책임이 무겁다"며 "사죄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의원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도 비판 일색이다. 아사히 신문은 25일 "공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검찰의 설명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비서가 독단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베 총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이번 주말에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고 주간아사히 온라인판이 25일 전했다. 다른 당 간부도 "아베 전 총리가 깊이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의원직을 사퇴하면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는 의원직 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25일 국회에서 "민간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의원직을 내려놓을 만한 사안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번 사건을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답했다.
도쿄=이영희·윤설영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