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속 여성, 조민 아니다” 결론
주변인의 증언은 엇갈렸다. 조씨 옆자리 남성으로 지목된 장씨는 법정 진술에서 “조민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고, 영상 속 여성은 조민과 얼굴이 다르다”고 진술했다. “만약 조민이 왔다면 나와 같이 앉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상에 찍힌 또 다른 인물인 박씨는 영상 속에서 조씨와 얼굴을 마주한다. 박씨는 검찰 조사 및 법정에서 “조민을 세미나장에서 본 적 없다”고 했다.
반면 세미나 당시 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한 김모씨는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해 “해당 여성은 조민”이라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세미나 날 조민이 가슴 정도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던 걸 본 적 있어서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라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반대로 세미나에서 조씨를 봤다는 김씨의 진술에는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2009년 한 번 조씨의 얼굴을 보고 검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10년 동안 조씨를 본 적이 없는데, 영상 속 옆모습만 보고 조씨임을 알아본다는 김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 김씨가 조씨를 세미나에서 봤다고 한 2009년 5월에 조씨는 긴머리가 아니라 단발머리였음이 조씨의 졸업사진을 통해 밝혀졌다.
조씨 스스로 한 진술도 영상 속 여성이 본인이 아니라는 근거가 됐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장 가장 뒷줄에 앉았다”라고 진술했는데, 영상 속 여성은 세미나장 좌석 중간쯤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조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라는 정 교수의 주장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조국과 친분 있는 한인섭 원장 진술도 한 근거
한 원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세미나장 안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을 본 기억은 있지만 조민을 만나거나 조국으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원장은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은 대학 교수다. 재판부는 한 원장과 조 전 장관의 관계로 볼 때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 없다”라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한 원장이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 원장이 세미나 개최 전 조민을 만났거나 조 전 장관으로부터 소개받았다면 그런 사실은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한 원장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원장은 지난 5월과 7월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5월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7월에는 출석했지만 “내가 피의자 신분”이라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정 교수측이 신문 당일 증인 신청을 취소하면서 한 원장은 40여분 만에 별다른 증언 없이 법정에서 퇴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