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무죄라 다행”이라는 조국…정작 본인 재판에는 치명타?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14:59

수정 2020.12.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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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부분이 정작 조 전 장관 재판에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조국 “큰 충격, 피할 수 없는 운명”

조 전 장관은 지난 23일 “너무나 큰 충격”이라며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이라고 적었다. 법원에서 정 교수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5억과 법정 구속을 선고한지 약 30분 뒤인 오후 3시 40분쯤 올린 SNS 글에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조 전 장관이 SNS에 적은 것처럼 정 교수의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대여금(X) 투자금(O)…영향은  

그러나 이는 조 전 장관 재판에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횡령 혐의만 무죄일 뿐, 8억원(정 교수 동생이 투자한 2억원 제외)을 ‘투자금’으로 본 것이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정 교수는 이 돈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빌려준 ‘대여금’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판단은 조 전 장관의 혐의 일부에 대한 유죄 인정과 직결된다. 차명 주식 투자의 ‘투자’ 성격이 뚜렷해진 탓이다. 현재 조 전 장관은 3000만원이 넘는 주식에 대해 처분해야 하는 고위공직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코링크PE에 차명투자하면서 이 의무를 어겼다는 내용(공직자윤리법 상 백지신탁의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이자 이른바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가족에게서 코링크PE로 간 돈이 대여가 아니라 투자라면 조 전 장관의 혐의는 공직자윤리법의 백지신탁거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 판단은 또 다른 조 전 장관의 혐의와도 연관된다. 가짜로 작성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심사 소명자료로 제출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다.  

 
재판부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대여금이라기에는 일반적 거래 관행이나 이자 지급 방식에 맞지 않고 ▶정 교수와 조씨가 투자금임을 전제로 운용 현황에 대해 대화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남편이)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공직자 재산등록 또는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 등과 관련해 재산내역을 은폐할 목적이 있었다”고도 단정했다.
 

‘횡령’이 檢 수사 출발? "NO"

‘횡령 혐의가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됐다’는 내용의 조 전 장관 글과도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자본시장법 상 거짓 보고 변경‧부패방지법‧배임 등이 시작이였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혐의는 코링크PE라는 사모펀드 자체의 위법성조 전 장관 가족의 실소유주 의혹과 연관돼 있다. 반면 조 전 장관이 언급한 횡령은 정 교수 개인의 투자 행위와 관련이 깊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혐의이기도 하다. 이에 횡령은 수사 말미 법리 검토 끝에 부가적으로 적용된 혐의라고 한다. ‘수사의 출발’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한편, 여권은 이날도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법관 탄핵’ 주장까지 제기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 시절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을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라며 “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증거가 무엇인가. 잔인하다”고 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판부 편향성에 우려가 많았다”며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 사법개혁이 시급하다”고 썼다. 직후 올린 다른 글에서는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을 거론하며 “판사 탄핵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적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