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재판장)는 정 교수에게 징역 4년-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9월 6일 검찰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지 475일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지난 5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정 교수는 다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입시비리 혐의 모두 유죄…조민 입학 취소되나
특히 딸 조민씨의 단국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허위 경력, 공주대 인턴 및 논문 3저자 허위 경력,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허위경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허위 경력 등 검찰이 주장한 ‘7대 허위 스펙’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의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때 허위 내용의 자기소개서와 증빙서류를 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공정한 절차를 통한 인재를 선발하기 원하는 평가위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딸이 다른 지원자보다 능력이 뛰어나 보이게 할 목적으로 지인으로부터 허위 사실이 기재된 인턴십 확인서 등을 발급받았고, 나중에는 수행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위조 범행까지 저질렀다”며 “점차 구체화하고 과감해진 범행 방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 허위 작성에 가담했다고도 밝혔다.
재판부가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조민씨의 입학 취소 여부도 다시금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지난해 11월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조씨의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대학 졸업을 요건으로 하는 의학전문대학원 입학도 자동으로 취소된다. 다만 입학취소는 대학의 재량권에 달려 예단하기는 어렵다. 부산대 의전원 측은 “1심 결과가 나왔을 뿐이므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의혹, 조범동 재판부 판단 따랐다
조범동씨와 공모해 금융위원회에 거짓으로 사모펀드 변경보고를 했다는 혐의 또한 무죄가 선고됐다. 정 교수가 조범동씨와 공모했다거나 행위를 분담했다는 증명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교수가 조범동씨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해 WFM 주식을 매수하고, 이로 인해 약 2억3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또 정 교수가 이를 숨기기 위해 동생과 공모해 수익을 숨긴 혐의 또한 유죄로 봤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해 재산등록을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지인들 명의의 계좌를 차용해 주식 거래를 했다는 ‘차명계좌’ 의혹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관해 “고위공직자의 아내로서 성실하게 재산신고에 응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죄책에 대해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거 은닉은 인정…‘공범’이므로 처벌은 모면
“방어가 불리한 사유로…괘씸죄 아닌가”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그의 구속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도주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면서도 “관련 증거를 조작하거나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재차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정 교수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득력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태도는 방어권 행사의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선고가 완료된 후 “의견이 있느냐”는 임정엽 재판장의 물음에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변호인이 대리해서 말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임 재판장은 “본인의 이야기를 기재하게 되어 있다”며 단호하게 “안 된다”고 저지했고, 정 교수는 작은 목소리로 “할 말 없습니다”라고만 이야기했다. “구속 사실을 조국씨에게 통지하면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만 끄덕였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수사 과정부터 압도적인 여론의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노력이 오히려 정 교수에게 불리한 사유로 언급됐다”며 “괘씸죄가 적용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교수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리한 기소’라는 여권의 비판을 받았던 검찰은 고무된 분위기다. 수사팀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최종적으로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조국 재판의 영향은
사회적 거리 두기 적용된 법정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