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대 성장”…닷새만에 -1.1%서 또 한발 물러선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14:32

수정 2020.12.22 14:5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췄다. 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금년 -1%대 성장률을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오른쪽)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불과 닷새 전인 지난 17일 기재부는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었다. -1.1%와 -1%대.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숫자 안에 담긴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1%대로 전망을 수정했다는 건 올해 경제성장률이 -1.1% 뚫고 -1.2% 이하로도 내려갈 수 있다는 예고라서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9일 기재부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며 올해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대외 여건이 개선된 흐름으로 가고 있다”(김용범 차관)는 전망과 함께다.
 
정부의 낙관론은 코로나19에 무너졌다. 기재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0.1%로 내려 잡았다.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다른 국내ㆍ외 연구기관의 전망과 달리 정부는 플러스(+) 성장을 주장했다. 물론 이 고집은 금방 꺾였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경제 방역 실패가 맞물려 국내 경기가 가파르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재부는 올해가 끝나기까지 단 2주를 앞둔 지난 17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1.1% 성장하겠다”며 역성장을 공식화했다. 이마저도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3차 확산 충격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불과 5일 만에 ‘-1.1%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다’(-1%대) 여지를 두는 정부 발표가 나온 이유다. 대신 정부는 2022년 성장률 전망치(3.2%)는 손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의 성장률 예측은 여전히 다른 기관과 비교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 국제통화기구(IMF)는 2.9%로 각각 전망했다. 3% 이상을 예상한 곳은 기재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 3.1%나 아시아개발은행(ADB) 3.3% 정도다. 
 
연말 코로나19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다시 번지고 있고 내년까지 확산세가 이어진다는 관측에 이들 전망 역시 추가 하향 조정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3.0%로 관측했지만 지난달 26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이상 시행된다면 한은의 성장률 전망도 수정될 수 있다”며 2%대 하향 가능성을 일찌감치 시사했다.

내년경제전망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의 ‘널뛰는 성장 전망’과 ‘나 홀로 낙관론’의 문제는 크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내년 세금 수입 및 국가부채 전망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6개월 전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토대로 짜였다. 경제성장률(실질)은 올해 0.1%, 내년 3.6%고 여기에 물가 상승분까지 더한 경상성장률은 올해 0.6%, 내년 4.8%란 전망이 바탕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0.1%에서 -1%대로 추락할 예정이고, 정부가 3.6%에서 3.2%로 낮춘 내년 성장 전망 역시 달성이 불투명하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956조원, GDP 국가채무 비율은 47.3%로 예상됐다. 올해와 내년 경제 규모와 세금 수입이 정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세금 수입은 줄고 그만큼 나랏빚만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예상한 내년 3.2% 전망 역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3차 유행에 따른 경제 영향, 백신 등 방역 부문이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