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50억 쓴 해군 특수전 함정 개발 좌초..."경제성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2 05: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13년째 추진 중인 1조2500억원 규모의 해군 특수작전용 함정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올해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개발이 한없이 늦어지는 사이 군의 해상 특수침투 전력은 사실상 전부 도태된 상황. 게다가 국내 연구개발에 쓰인 돈만 벌써 약 250억원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전력만 약화시킨 채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침투함정 모두 도태, 전력에 빨간불
지금까지 쓴 돈만 250억, "예산만 낭비"
"감사결과도 곧 나와…사업 민낯 드러날 것"

지난 2013년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동계 해안침투 훈련을 하는 모습. 전문가들은 "UDT/SEAL이 현대전 작전개념에 걸맞는 특수침투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진공동취재단]

군은 지난 2008년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이 침투작전 등에 사용할 특수전지원함(모선)·특수침투정(자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가령 대원들이 북측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모선에서 출동하는 자선에 타고 은밀히 침투한다는 개념이었다.
 
4년 뒤 방위사업청은 대우조선해양과 모선 개발 계약을 맺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자선은 2014년부터 따로 분리해 국내 중소 업체에 개발을 맡기기로 했다. 모선 4척(약 9405억원)과 자선 20여 척(약 3125억원)을 합치면 1조2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런데 연구개발 방향이나 사업비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방사청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해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KIDA는 지난 2월 "(자선인) 특수침투정의 총사업비가 과도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해군 특수전 함정 작전 개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모선에 자선을 싣고 다니는 두 함정의 설계 특성상 자선의 제원이 없으면 모선 설계도 할 수 없어 사업 중단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결국 내년도 예산에서 방사청이 당초 요구했던 두 사업의 예산 약 227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와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개발, 해외 도입 등) 사업 추진 방식을 포함한 선행연구를 다시 해서 내년 하반기에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간 개발비로 250억원이나 썼는데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게 됐다. 이런 매몰 비용에 대해 군이든 방사청이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관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6월부터 감사원은 자선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감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군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쯤 감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간만 질질 끌면서 부실하게 추진해온 사업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 관계자들은 특히 개발이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급격히 늘어난 부분이 감사에서 지적될 것으로 내다본다. 모선은 2018년 당시 약 7489억원에서 약 9405억원으로 26% 증가했고, 자선은 같은 기간 약 1440억원에서 약 3125억원으로 총사업비가 두 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이와 관련해선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속 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이 지난 2015년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해군작전사령부 진해기지에서 특수전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 대원들이 침투용 고무보트에 타기 위해 대형수송헬기에서 해상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중앙포토]

사업이 막연히 지체되면서 군의 해상 특수침투 전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간 정보사령부가 상선으로 위장한 모선과 자선인 반잠수정, 잠수정 등을 운용했으나 노후화로 몇 년 전 모두 도태시킨 상황이다.
 
한 군 관계자는 "정보사 특수 함정들은 너무 낡아서 임무를 나갈 때마다 행여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며 "지금은 그런 함정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업 방향의 실효성 논란도 있다. 군 관계자는 "1960~70년대 북파공작 때나 사용하던 작전개념을 2030년 이후 사용할 함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원점 재검토하는 만큼 해외 운용사례나 기술발전 추세 등을 잘 검토해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