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재무장관 재닛 옐런이 이끌 미국 경제
연준이 공개한 발표문과 12월 경제전망(SEP)에 따르면 FOMC는 9월 전망에 비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회복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중앙값은 9월의 -3.7%에 비해 -2.4%로 대폭 상향됐고, 실업률 전망은 7.6%에서 6.7%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올리지 않았다. 경기 반등에도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이러한 판단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되면서 ‘세련된 중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화·재정정책 간 역할 조율하며
지론대로 고용 중시 정책 펼듯
그러나 최근 Fed가 푼 돈 많아
경제 회복되면 풀린 돈 회수 전망
파월 의장의 기자간담회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내용은 재정정책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자신의 전임자 재닛 옐런 전 의장에 관한 질문에, 연준은 인수위와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지만, 정책협의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옐런 전 의장에 대해서는 과거 5년간 같이 일했다고 둘 사이의 인연을 언급했다.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과 국가부채에 관한 질문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내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의회의 구성은 1월 초 이루어질 조지아 주 상원 선거의 결과를 기다려야 결정되지만, 지난 20일 9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이 상원에서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에 관한 변화 역시 언제라도 본격화할 수 있다. 옐런 전 의장은 재무부 장관으로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한시적
내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전 세계에,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은 국내 수출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미·중간 무역갈등이 어떻게 진행 또는 해소되는지는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한 뒤 신흥국 통화 가치와 증시가 급락했던 현상은 한국의 환율과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올해 코로나19 위기 발생 후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금융위기로 늘어난 수준에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전쟁’이라 불리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언젠가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통화정책도 점차 긴축적으로 돌아가면 또 한 번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빠져나갈 것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어느 나라의 금융시장에 충격이 올지가 국제금융계의 관심사이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큰 부담
한국의 경제정책으로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인류사에서 전쟁은 재정정책의 측면에서 가장 큰 지출을 수반한다. 코로나와의 전쟁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한국은 재정적자와 국채 규모가 상대적으로는 다른 나라보다 여유가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와의 전쟁’에 우리가 마음껏 지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문제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있을 통일 비용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파월 의장은 저금리를 유지하라는 정치적 압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연준은 의회가 부여한 독립성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며 “연준의 양대 목표인 고용안정과 물가안정, 그리고 금융안정을 달성한다면 재정의 우위(fiscal dominance)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한민국 국회도 ‘고용안정’을 한국은행의 책무 중 하나로 추가하는 방향으로 한국은행법 개정 과정에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설계하면 단기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정책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최초의 ‘경제정책 3관왕’ 옐런, 노벨상 받은 남편 애컬로프보다 유명
46년생인 재닛 옐런은 67년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71년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인 하버드대에서 가르친 이후 77년부터 연준 이코노미스트로 근무를 시작했다. 여기서 평생의 반려자인 조지 애컬로프 교수를 만났다. 66년 MIT대 박사학위를 받고 버클리대에 부임했던 애컬로프 교수는 당시 연준에서 1년 동안 방문학자로 일하면서 옐런을 만났다. 부부가 같이 영국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옐런의 연준 근무는 1년 정도로 끝나서 연준의 많은 경제학자가 아쉬워했다고 한다. 몇 년 후 옐런은 미국으로 돌아와 통화정책과의 인연을 여러 다른 자리에서 이어 나갔다.
흔히 경제학을 교환에 관한 학문이라고들 한다. 교환의 시작은 인간이 스스로 획득한 재화에서 비롯해 점차 용역(service)으로 확대됐다. 교환의 매개체로서 화폐가 사용되고 시간이 흘러 자산 혹은 자본도 교환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여러 부류의 경제학자 중에서 노동경제학자의 관심은 이 중에서 재화나 자산보다는 인간의 노동이라는 용역의 교환에서 출발한다. 노동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옐런 박사가 미 연준의 고용안정 책무에 관심이 많고, 다른 정책당국자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비둘기파적인 결정을 많이 내린 사실도 이런 관심과 무관치는 않다. 이제 옐런 박사는 재정정책의 수장으로서 고용안정에 더욱 직접적인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는다.
애컬로프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상을 받았는데도 배우자보다 덜 유명한 경제학자’로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된다. 그만큼 핵심 경제정책 ‘3관왕의 명성’에 걸맞게 미국의 재정정책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본다. 한국도 코로나19 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쉽지만은 않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소용돌이를 별 탈 없이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