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은 21일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새 원장 후보로 민 전 의원을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민 전 의원은 3선 의원(17·19·20대)으로 20대 국회에선 금융권을 담당하는 정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달 차기 은행연합회장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밀려 선임되지 못했다.
민간이 맡았던 금융권 협회 수장
정치인·관료 출신이 대부분 접수
“낙후한 한국 금융 뒤엔 낙하산”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금융기관들도 관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직의 경우 최준우 전 증선위 상임위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에도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해지며 잠시 새 바람이 불기도 했다. 손보협회장을 시작으로 민간 출신 인사로 바뀌기 시작해 2016년 6월에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대 협회 모두 민간 출신 인사가 자리를 채웠다. 보험연수원장이 된 민 전 의원도 지난 2014년 5월 퇴직 후 10년 간 취업 이력 공시제를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관피아 해체 3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새 바람은 금세 잦아들었다. 현재는 6개 주요 금융협회 중 5곳의 수장이 모두 정·관 출신으로 바뀌었다. 민간출신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유일하다. 2014년과 2017년 모두 민간 출신을 회장으로 뽑은 은행연합회와 생보협회도 이번엔 정·관 출신을 회장으로 뽑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부상으로 금융 정책 변화 속도가 빨라진 데다,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기류가 변했다. 민감한 현안을 푸는 데 정·관 출신 인사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업계의 판단이 깔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 인사가 회장을 하면 금융당국에 소위 ‘말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보험사들도 많이 느낀 거로 안다”고 말했다.
관피아 인사에 대한 반발도 이어진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관피아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손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천막 농성을 벌였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지난달 “금융협회장에 관피아, 모피아, 정피아가 앉는 것은 공정한 금융시스템의 운영과 소비자권익 침해, 금융산업의 개혁을 저해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동북아 금융허브가 실패하는 등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된 배경에는 낙하산 인사가 있다”며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규제를 쥐고 있어야만 재직 중엔 대우를 받다 퇴직 후에 고연봉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