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신 과학기술인들을 국민과 함께 응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27조4000억원에 대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투입되어 코로나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최상위 회의체다.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국민께 더 많은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연구개발 정책을 보고드린다는 의미로 준비되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은 우리 과학기술계에 매우 뜻깊은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을 합쳐 R&D 100조 시대를 열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R&D 투자 규모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과학입국’(科學立國)의 원대한 꿈이 R&D 투자에 담겨있다”며 “이제 우리는 국가 R&D 재원 중 민간 비중이 78%에 달할 정도로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혁신역량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감염병과 온실가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민의 안전·보건과 지구적 과제의 해결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면, 우리는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과학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제품을 넘어 기술을 수출하는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정부가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걷어내고, 혁신의 주체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기후변화, 감염병, 미세먼지, 폐플라스틱, 해양쓰레기 같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 정부와 과학계가 더 큰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회의에선 ▶민간기업 기술혁신 선제적 지원 전략 ▶국민 안전과 쾌적한 삶을 실현하는 연구개발 전략 등 2개의 안건이 확정됐다. 확정된 안건에는 민간 재원을 활용해 기업 R&D에 투자하는 기술혁신전문 펀드 5000억원 조성,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이후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선도기술의 투자전략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려면 과학기술 인재를 늘려야 한다”면서 “특히 손색없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여성 과학 인력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밤을 새우면서 일하는 연구문화의 특성상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가정과 양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