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온 다음 날인 7일 관할 파출소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지난 12일 종결 처리를 했다. 경찰은 이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폭행 혐의는 전화로 처벌 불원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가 변호사인 만큼 법리를 다툴 수 있어 판례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서초에는 법조 단지가 있는데 당사자가 변호사면 이의 제기가 많이 들어와 법리를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통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을 조사하기 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했다. 차량 ‘운행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또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가법은 단순 폭행 혐의와 달리 피해자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버스ㆍ택시 등을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자를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장 출동 시 사고 상황을 녹화한 블랙박스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2 신고가 접수된 사건을 경찰이 피의자를 입건하지 않고 종결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신고받은 상대를 전부 피의자로 전환해야 하느냐를 두고 비판 지점이 많기 때문에 경찰이 입건을 안 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꽤 있기는 하다”며 “이번 역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실무상 경찰이 사건 자체가 안된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폭행 혐의로 입건해서 공소권 없음 처리하는 경우도 있고 사안에 따라 내사종결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봐주기 수사’ 의혹 여전
다만 경찰이 가해자가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고 입건 전 단계에서부터 필요 이상으로 법리 검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에 따르면 “물론 단순폭행 혐의인 데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한 상황인 만큼 입건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있다”며 “그런데 상대가 변호사면 이의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판례를 검토해가면서까지 입건하지 않았다는 건 특혜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번처럼 ‘부실수사’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내년 1월부터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입건한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YK)는 “애매한 지점이 있으면 입건해서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어떤 사례가 생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차관 폭행, 재수사하나?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