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마지막 도전에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울산은 19일(한국시각) 카타르 알 와크라에서 열린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를 2-1로 이겼다. 전반 45분 페르세폴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49분과 후반 10분 주니오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울산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자, 대회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무패(9승1무) 우승이다. 상금이 400만달러(44억원)다. 내년 2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거머쥐었다.
울산 현대, 아시아 챔스리그 우승
결승전서 이란 팀 꺾고 8년 만에
국내선 준우승만 하다 계약 종료
우승감독 되면서 되레 입장 느긋
어려운 상황에서 김 감독의 결단이 빛을 발했다. 먼저 올 시즌 1분도 뛰지 못한 백업 골키퍼 조수혁에게 전 경기 골문을 맡겼다. 조현우가 회복해도 대회 중후반 합류시키지 않기로 했다. 조수혁에게 우회적으로 믿음을 보여준 거다. 이에 부응하듯 조수혁은 수 차례 선방으로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살인적 일정 속에서 김 감독은 매 경기 선수를 교대로 내보내며 체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울산은 카타르에서 대회가 재개된 뒤 9경기에서 22골을 몰아쳤는데, 절반 가까운 10골을 교체 선수가 넣었다. 교체 선수의 득점으로 역전승한 경기가 세 차례다. 전술과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비난에 시달렸던 리그 때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결승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결승전은 내가 우리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선수들 승리욕을 자극했다. 그간의 성적 부진으로 구단과는 이미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상황. 이런 사실을 공개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그는 이를 오히려 승부수로 활용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유종의 미를 거둔 김 감독은 우승 직후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기 잘했다”고 털어놨다.
울산 구단은 20일 김 감독과 결별 방침을 발표했다. 우승으로 지도력을 증명해 보인 김 감독은 이제 느긋한 상황이 됐다. 그는 “축구가 즐거워야 하는데 준우승만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다. 카타르에서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를 했다. 축구는 즐거운 거고, 즐거움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술이다.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