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들이 돈 때문에 낙태한 태아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죠." (로니)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절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날 열린 대선 불복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날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다.
펜스·매코넬 등 공화당 정치인들 접종
"안맞겠다"는 공화당원, 민주당원의 3배
폭스뉴스 "백신 접종 권유에 의심 품어야"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지지하지 않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미국인들이 워낙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이야기를 신경 쓰니까 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왔다는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반문했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18일 워싱턴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접종했다. 펜스 부통령은 주사를 맞으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서 "이제 희망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백신을 접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오는 21일 공개 접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앞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인 것과 같은 백신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다.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미국인 수는 그동안 꾸준히 올라 71%(15일 KFF 발표)가 됐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선 미국인의 75~8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는 방역당국의 분석을 감안하면 아직 충분치 않은 숫자다.
더 큰 문제는 정파성에 따라 접종 의사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 중에는 민주당원이 12%, 공화당원이 42%였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며 주별로 봉쇄조치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특히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직접 겨냥했다. 연휴 동안 코로나19가 퍼졌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폭스뉴스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은 추수감사절 대이동과 코로나19 확산 간의 상관관계가 없었다면서 "크리스마스는 혼자 고립되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보수층을 분노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크리스마스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오래됐지만, 효과적인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