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이 전 기자는 대체로 차분한 목소리로 증언에 임했지만 이따금씩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이 사건을 MBC에 제보한 지모씨(제보자X) 등을 취재할 당시에 대해 “지금도 그 취재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그들의 무리한 요구에 휘둘렸을 뿐이다”고 다소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 기자측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채널A 법조팀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가족의 주소지를 취재하게 된 경위,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수 차례 편지를 보낸 과정, 지모씨와 직접 만나게 된 경과 등을 상세히 물었다.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를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는 취재 전반적인 과정에 걸쳐 “백 기자는 편지 내용이나 취재원과 나눌 대화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취재 보조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이 전 기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간은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법정에서 직접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이날은 증인 신분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동재 “여야 상관없이 두루두루 취재하려 했다”
“이미 짜진 프레임…제보자X가 갑, 저희가 을” 주장
그러면서 이 전 기자는 “지씨와 만나기 전 지씨와 MBC가 이미 접촉을 한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며 “이미 프레임을 짜고 이뤄진 시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모씨 취재 시도 및 일정 조율과정에 대해서도 “지모씨가 갑이고 저희가 을이었다”라며 “지씨가 협박 받은 게 아니라 저희가 끌려간 것이고, 지씨가 저희를 갖고 논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백 기자와 공모해 2020년 2~3월경 수감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접촉해 유 전 장관에 대한 비리를 진술하도록 강요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제보자X 지모씨는 수차례 증인 소환에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