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4543만원,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보다 3.1%, 4.4% 증가했다. 가구당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5%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보다 6.2%포인트 높아진 79.3%다.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악화했다는 얘기다.
"집값, 전·월세값 상승이 자산·부채 올렸다"
부채 역시 부동산가격을 따라 늘었다. 가구 부채는 금융부채(6050만원)와 임대보증금(2207만원)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지난해보다 5.1%, 2.4% 증가했다. 금융부채 중엔 담보대출(4743만원)과 신용대출(868만원)이 각각 3.5%, 10.5% 늘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상승률로 인한 자산의 증가가 있었다"며 "이 자산 증가와 연계하여 담보대출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30대의 부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30대의 부채액은 평균 1억8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15만원)보다 13.1%나 증가했다. 40대(6%)와 50대(6.4%)의 부채 증가율의 2배를 상회한다. 30대 부채 내역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의 흔적이 남았다. 이들의 부채 1억82만원은 담보대출 6422만원, 신용대출 1378만원으로 구성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지난 1월 30.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고, 이는 지난 10월 38.5%로 더 커지는 추세다.
집값 더 오르고 코로나19 겹쳐…"부채 더 증가했을 것"
성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등 과정에서 신규로 부채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코로나19가 진행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져 부채로 생활자금을 충당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평균적으로 보면 자산와 부채가 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겠지만 생활자금을 위해 부채를 늘린 가계는 순자산의 감소 효과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순자산이 늘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작년보다 일손 놨다
저소득층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최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지난해 소득은 1155만원으로, 소득 증가율(4.6%)만 놓고 봤을 때 전체(1.7%) 가구의 약 2.7배에 달했다. 그러나 소득 구성비를 봤을 때 이들의 근로소득(286만원)은 지난해보다 5.2% 감소했고 사업소득(98만원)은 1.7% 감소했다. 대신 공적이전소득(494만원)이 13% 증가했다. 이들의 전체 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2.8%에 달했다.
소득 2분위 역시 근로소득(1379만원)이 지난해보다 6.1% 감소하고 사업소득(496만원)이 3.2% 감소한 데 반해 공적이전소득(526만원)이 24.2% 증가했다. 저소득층이 시장에서 노동을 통해 스스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줄이는 대신 정부로부터 받는 소득을 늘리고 있단 얘기다.
"근로의욕 떨어뜨리고 공적보조로 보전은 문제"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재분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나라가 아직 조세나 재정지출을 통해 소득 재분배하는 기능이 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제일 중요하게 따져봐야 해야 하는 건 워크 페어(Workfare·생산적 복지)로 잘 가느냐 여부"라며 "일자리를 통해서 복지가 제공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공적보조 또는 허드렛일을 통해 겨우 소득을 보전케 하는 상황이란 점에서 전혀 바람직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