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있었던 ‘본보기집’이 아니라, 한 시간여 간의 대통령 방문 행사를 위해 공실을 급히 꾸미는데 쓴 비용이다. 하지만 이 쇼룸과 다르게 해당 단지의 입주민들은 곰팡이 및 누수 등 하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행사를 하지 말고, 그곳에 입주한 주민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듣는 행사를 하면 좋았을 것” “임대아파트를 저리 꾸며 놓은 것 처음 봤다. 모델하우스도 없는 곳이 태반인데…”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 文 방문행사
LH, 인테리어 등 4억5000만원 지출
김은혜 의원 "부실시공 주민요구 외면"
견적서에는 “전체 디스플레이, 2020년 12월 말까지 임대 기준 내역서입니다”고 명시돼 있다. 공실을 본보기집으로 급조했다는 논란에 LH 측은 “앞으로도 두 집을 본보기집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견적서의 임대 기준에 따르면 12월 말이면 가구 및 소품 등의 임대 기간이 끝난다.
이날 대통령이 방문한 집의 최소 보증금은 900만 원대에 월 임대료 35만~36만원, 최대 보증금은 약 90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이다. 하루 행사를 위해 서민 보증금의 70% 수준의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한 것이다.
행사를 앞두고 새벽까지 이어진 벼락 공사 탓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에 드릴질 해서 입주민들 잠 다 깨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이 단지를 방문해 전용 44㎡(투룸), 41㎡(복층) 가구를 둘러보며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은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하자 피해 호소하는데…
대통령이 방문한 복층형(전용 41㎡)의 경우 100가구 중 33가구가 공실이며, 이 단지의 전용 16㎡형은 450가구 중 210가구가 비어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고 올해 소득 기준을 완화해 추가 모집 공고를 두 차례 했지만, 전용 16㎡의 경우 예비자도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LH가 수요 있는 곳에 공급하지 않고,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 개발할 때 물량 채우기 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김은혜 의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실상을 보면 부실시공을 비롯해 주민 요구를 외면한 것이 수두룩하다”며 “그런데도 대통령 행사를 위해 서민들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판타지 연출 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4억5000만원의 행사 비용은 해당 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예산이 아니라 11·19 전세 대책 이후 공공임대주택 인식 제고 등 공공임대 홍보와 관련된 예산을 합한 비용으로 앞으로 온라인 및 공공장소 등에 지속 홍보할 계획”이라며 “입주 후 접수된 하자는 모두 조치했고, 하자 발생 즉시 개·보수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