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중앙시평]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무효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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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적폐청산 국면 때부터 극히 우려하였던 정치의 사법화와 관료화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 부정적 여파로 의회주의와 입헌주의,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민주공화국의 두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는 정당하고 민주적이며 합법적인가? 결론부터 말해 이 징계행위는 전체로서 무효다.    

 
우리 공동체와 공직체계, 입법원리와 민주주의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개혁에도 저해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는 아직도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 수사 차단’ ‘검찰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권력기관의 수사방해 제어’가 지금도 살아있다. 나는 여전히 그 공약들을 지지한다.  

검찰총장 징계, 무법적 상황 초래
관료주의보다 헌법·민주원칙 중요
대통령과 의회가 결정 주체돼야
민주주의와 법치 구출할 중대국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시 필자는 소추의 정당성을 강변하던 국회의원들의 견해에 맞서 그 부당성을 강력하게 개진한 바 있다. 노무현을 제거하려던 증오와 강박증에 비하면 그들의 주장은 – 지금처럼 -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민주국가에서 정당 출신으로 당선되고, 현재도 정당원인 대통령의 정당기반 정치행위에 대한 헌법적 입법적 (처벌)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소추 자체가 무효였다. 중대한 헌법 흠결이었다. 게다가 정당기반을 부정하면 선출직의 입법권에 근거한 시민국가·의회국가가 아닌 관헌국가·관료국가가 되고 만다. 법언을 빌면, 법이 없으면 죄는 없는 것이다. 행위의 민주적 헌법적 근본원칙이 부재한다면 절차가 적법하다고 해서 합법일 수는 없다.  
 
적폐청산과 사람 위주 대신 적폐극복과 검찰개혁을 열망해온 한 시민으로서 윤석열 총장의 임명을 강하게 반대한 이유도 같았다. 우선 직급을 파괴하여 무리하게 총장에 임명하는 것은 권력 줄서기를 통해 검찰조직을 파당화·권력화하며, 나아가 탄핵수사와 적폐청산에 대한 정치적 보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공정하지 않은 처사였다. 특히 검찰의 정치화가 산생할 민주주의와 법치의 충돌이 가장 위험하였다. 노무현 수사가 검찰개혁 실패 때문이라면, 같은 검찰이 수행한 박근혜·이명박 구속은 대체 무엇인가?  
  
실제로 총장견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두 법무장관 임명 이후 장관과 검찰총장을 포함한 관료가 주도하는 민주주의와 법치 파괴는 현실이 되었다. 무법화(無法化)였다. 지금 법무부와 검찰은 거의 모든 조직이 두 쪽이 났다. 전례없는 무법 상황이다. 장관과 총장, 장관과 차관, 총장과 중앙지검장, 중앙지검장과 차장, 장관과 감찰위원회, 감찰관과 감찰담당관, 총장과 총장 참모 사이의 극한 갈등 등 법무부는 무법조직이 되어버렸다. 검사장과 부장검사는 육탄전까지 벌였다. 서로 정반대의 ‘법’·‘합법’이라고 주장하니 ‘무법’조직 맞다.  


검찰총장의 임기보장 원칙을 중단해야 할 중대 사유라면 대통령의 해임과 의회의 탄핵 소추 이외에는 법치와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것이 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의 하나로서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직위에 대해 관료주의를 지양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만큼 민주주의와 입헌주의 국가에서 관료적 임명과 정치적 임명의 차이는 크다. 물론 징계절차를 규정한 검사징계법(제23조)이 임면권을 규정한 헌법과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청법 위에 있는 상위법도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에 앞서 징계 사유의 중대성 자체도 문제다. 징계위원회 극소수 결정의 비중과 효력은 이미 실질적 근거를 갖기 어렵다. 법무차관, 감찰위원회, 법원에 의해 세 번씩이나 관료적 징계가 사실상 법률상 거부당하였으면 관료적 절차는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는 입법부, 대통령, 사법부의 민주적 정치적 헌법적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관료주의를 넘기 위한 민주공화국 원칙에 맞다. 따라서 다시 강조하건대 징계절차 대신 당연히 대통령에 의한 해임이나 입법부에 의한 탄핵소추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상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7조 1항). 이는 제정헌법 당시부터 국가공직의 주권적 근거를 밝히는 근간 중의 근간이다.(제정헌법 제27조) 검찰총장처럼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직접 임명한 국가고위직은 더더욱 장관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의 공복(公僕)이지 권력자나 상급자의 충복(忠僕)이 전혀 아닌 것이다.  
 
특히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4월혁명 때 처음 삽입된 것이다. 즉 공무원의 신분과 중립성에 대한 침해(의 강요)는 위헌이며 4월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그것은 대통령·장관·정당·경찰의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간섭행위로부터 국가공직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었다. 동 조항은 ‘국민의 권리의무’ 장에 있다가 이후로는 ‘총강’ 부분으로 옮겨졌고 현재에도 헌법에 엄존한다.(1960년 헌법 제27조 2항. 현행 헌법 7조 2항)  
 
의회는 현 징계사안을 엄중 조사하여 곧 탄핵절차에 착수하길 촉구한다. 탄핵소추를 통해 우선 권한 행사를 정지하고(헌법 65조 3항. 헌법재판소법 50조. 국회법 134조 2항) 헌재의 최종 판결을 구하며, 나아가 훗날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묻는게 더 낫다.(헌법 65조 4항) 공직 탄핵은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의 위반과 침해를 방지하는 제도다. 동시에 권력자의 위법한 권력행사와 남용을 통제한다. 공무수행의 엄정한 범위설정 및 정상화와 신분보장의 기능도 갖는다. 대상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관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검사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이다.(헌법. 65조 1항). 검사와 검찰총장도 탄핵대상이다.(검찰청법 37조) 탄핵의 실행과 적용은 그만큼 엄격하다.  
 
물론 대통령의 해임과 파면이 민주주의 원리에는 가장 낫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영역은 정치적 책임성을 가지면 된다. 대통령 책임제는 인사를 통한 대통령의 통치행위 및 그에 대한 대통령 책임을 적극 인정하기 때문이다.(헌법 제78조) 징계위원회 극소수의 결정이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탄핵대상인 국가고위직에 대한 헌법적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초월할 수는 없다. 만약 경징계라면 징계추진 자체가 외려 권력남용이 될 수 있으며, 중징계 사안이라면 의당 입법부와 헌재의 민주적 헌법적 탄핵 판단을 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면권과 입법부-헌재의 탄핵절차를 둔 명백한 이유다.  
  
총장에 대한 관료적 징계는 반드시 ‘집행’이라는 대통령의 ‘법적’ 후유증과 책임을 남긴다.(검사징계법 23조 1항) 즉 관료적 징계는 징계 이후 당사자가 훗날 헌법적 사법적 판단을 구할 때에 징계과정 전체의 정당성과 부당성, 합법성과 불법성 여부에 대통령을 ‘법적으로’ 연루시킬 위험한 행위일 수 있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같은 정치인에 의해 ‘법적으로’ 유사한 처지에 직면한 것은 큰 아이러니다. 관료적 징계 대신 민주적 법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또 다른 중요 이유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와 입헌주의는 다시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