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을 느끼는 건 야당뿐 아니다. 기업인들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용만 회장은 경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걸 지켜보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럴 거면 공청회는 과연 왜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와 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법안을 정치적 법안과 동일선상에서 시급하게 통과시키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일각에서는 유신헌법, 긴급조치 등에 대항하면서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쓴 김지하 시인의 1975년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환했다. 80년대와 90년대 초 대학가와 길거리에서 목 놓아 불리던 이 노래가 오히려 그 시기 독재 타도를 외치던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범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권 1표가 대표적이다. 통과를 당론으로 했던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 개혁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 없이 검찰 개혁도 없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대통령의 말 역시 민주적 방식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으로 읽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외치며 키운 한국 민주주의의 무게가 줄어들고 있다.
문병주 경제EYE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