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잇따른 코로나 기행
국난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문제는 발언 시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증가 지역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 하루 만에 나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유력 6개 매체가 참여하는 언론 컨소시엄은 전날 전국 27개 주 가운데 22개 주에서 사망자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언론 컨소시엄 집계를 보면 전날까지 최근 1주일 동안 신규 확진자는 하루 평균 4만1926명으로, 이전 1주일간보다 33% 늘었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643명으로 34% 증가했다.
그런데도 그는 브라질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백신 접종 시작 시점을 놓고 계속 말을 바꿔와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이한 언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월 TV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사소한 독감(little flu)’이라고 표현한 뒤 언론이 공포를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거부하다 7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나선 기자회견 중에 기자들에게서 몇 발 물러선 뒤 마스크를 벗으며 몸 상태가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파울루에서 병실 부족이 시작되던 지난 11월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지자들과 포옹하며 사진을 찍는가 하면,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말라리아약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료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11일 현재 브라질은 누적 확진자 순위에서 678만3543명으로,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