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부리듯 갑질에 직원 펑펑 울었다" 청렴 1등 부산소방 민낯

중앙일보

입력 2020.12.09 21:36

수정 2020.12.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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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지난 5월 11일 소방령 이상 간부 소방공무원 98명을 대상으로 간부 소방공무원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소속의 한 119센터에서 센터장이 부하대원에게 갑질을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9일 “30대 부하직원 A씨에게 사적인 운전 등을 시킨 부산 모 119센터장 B씨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호소하는 A씨는 1년 가까이 B씨에게 당한 갑질 일지를 자필로 써 내부고발 형식으로 알렸다. 빼곡히 적힌 갑질일지에는 ‘쉬는 날이었지만 B센터장이 자신을 수시로 불러내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렸다’는 내용, ‘태풍 비상소집 때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며 야식배달을 시켰다’는 내용 등이 적혔다. 또 휴가를 갈 때 간부의 눈치가 보여 음식 등을 상납해야 했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사적으로 운전 등 시키고, 수당 부정수령도

 B센터장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근무일지를 조작해 19건의 수당을 부정수령한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달력에 없는 4월 31일에 출근한 기록까지 전산에 표기되는 등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소속 센터 관계자는 “우리 표현으로, 하녀 부리듯이 했다. 그럴 때마다 A씨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소방본부가 최근 10년 새 1위 2차례(2013년, 2018년) 등 전국 소방청렴지수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내부 조사가 마무리되어 징계위원회를 조만간 열어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