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수능 당일 대전여고에서도 4교시 탐구영역 첫 번째 선택과목 시험이 진행되던 중 시험시간을 3분여 앞두고 종료종이 잘못 울렸다. 시험지를 회수하던 감독관들은 시험본부의 안내방송 후 시험지를 재배부하고 3분의 추가시간을 부여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방송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두 번째 선택과목 시험부터 시작·종료시각을 3분씩 조정해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남양주다산고의 경우 4교시 탐구영역 두번째 선택과목을 앞두고 시작종이 울리지 않아 시험이 3분 늦게 시작됐다. 해당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 한 수험생은 "감독관과 수험생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험이 시작됐다"며 "게다가 종료종이 당초 예정된 시간에 그대로 울려 감독관이 구두로 3분 추가 시간을 공지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수험생은 "한 문제를 틀리면 등급이 바뀌는 과목이라 피해가 더욱 크다"며 "이후 탐구2와 제2외국어 시험을 치를 때도 공황상태에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종료종이 빨리 울렸던 덕원여고와 대전여고는 자동 타종 시스템을 활용했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학교에서는 수업 시작·종료 시각을 미리 입력해 자동으로 종을 치도록 하는 자동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 설정이 초기화되거나 오류가 생기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되는 학교 중 상당수는 방송 담당자가 시간에 맞춰 직접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종을 울린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수동 조작 방식이 오히려 안정성이 높다"며 "정해진 시각에 맞춰 타종 담당자가 직접 버튼을 조작한다. 보통 스마트폰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관리 감독 지침에는 타종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타종을 자동으로 할 지, 수동으로 할 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교사는 "지침에 없는 부분은 학교 현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번 타종사고를 계기로 감독 규정이 세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관들은 시험 본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수능에서 감독관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경험이 풍부한 교사라면 상황을 판단해서 대처하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돌발사고에서 임의로 판단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본부 지시를 따르는게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은 교육 당국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원여고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의 학부모가 구제방안을 요구하며 청원을 올려 현재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재작년 지인의 자녀가 방송사고로 피해를 봤는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얼렁뚱땅 지나갔다. 올해 또 이런 사고가 생길 줄 몰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학교와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수능 직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고 발표한 것을 보고 울화통이 터졌다"며 "수험생들이 입은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