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개의 바퀴’가 법정이 아닌 정치를 이끌고 있다. 현직 검찰 수장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윤 총장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판사 출신의 추미애 법무부장관, 그리고 합법적 징계 절차를 주장하는 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정치
최대 정치 현안이 된 ‘추미애ㆍ윤석열 갈등’은 거대한 소송전을 방불케 한다.
추 장관은 ‘검사징계법’을 근거로 윤 총장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뒤 헌정 사상 초유의 총장 징계위원회를 요청했다. 윤 총장이 행정법원에서 이겨 업무에 복귀하자, 추 장관은 불복하고 즉시 항고했다. 그러자 윤 총장은 징계위 구성 자체의 위법성을 근거로 헌법소원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공석이 된 법무부 차관에 대한 후속 인사를 하며 “징계위의 법적 정당성을 담보하라”고 했다.
◇“정치는 정치로만 해결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공저자로 참여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치의 문제는 정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정치와 민주주의를 검찰이나 권력기관의 손에 맡겨놓고 있는 이상, 검찰이나 권력기관의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치 사안이 법으로 결정되는 ‘정치의 사법화’를 경계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선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면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총장의 반발은 ‘반(反) 개혁에 따른 진통’으로, 징계위는 ‘민주적 절차’로 규정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징계위가 10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고 통보했다.
◇정치가 배제된 ‘합법적 결정’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근거로 출범했다. 출범 이후에도 많은 정치 사안 해결에 ‘법대로 해보자’는 논리가 동원됐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판결하자,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신년회견에서 “일본 정부도 불만이 있더라도 한국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ㆍ일 간의 정치와 외교는 사실상 실종됐다.
또 23명의 장관급 인사가 야당의 강한 반발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10명)나 이명박 정부(17명) 때보다 훨씬 많은 수다. 이때도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는 이유를 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청문회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어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 발탁의 큰 어려움이 된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 9월 16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에 대해 “부끄럽고 면목 없는 일”이라며 “정쟁과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끌고 가는 자세는 국민의 대변 기관임을 포기하는 것이고, 국민 불신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