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억지 구상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의 모든 전력에 해당되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의회의 합의를 토대로 한국을 향해 중국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하원, 내년 국방수권법에 신설
핵잠수함 2척 건조 예산도 책정
“바이든에 대중 강경 대응 신호”
한국에도 동참 압박할 가능성
그래서 이번 태평양 억지 구상은 유럽 억지 구상의 ‘인도·태평양 버전’으로 평가받는다. 법안 내 조문에 따르면 태평양 억지 구상은 “동맹국 및 협력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능력과 준비성 향상”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동맹국·협력국과의 상호 운용성·정보 공유 ▶동맹국·협력국과의 양자·다자 연합훈련을 강화할 분야로 담았다. 이와 관련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정부에서 축소·유예됐던 한·미 연합훈련이 바이든 정부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평양 억지 구상은 또 ▶무인항공체계 및 전구(theater) 내 순항·탄도·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능동·수동 방어 ▶차세대 장거리 정밀 타격 체계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및 감시·정찰 체계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방침을 명시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 의회가 중국에 대응할 군사적 연합체에 참여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며 “원칙에 충실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한·미연합훈련 강화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에 한·미·일 3각 협력과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의 실질적 복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물밑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미 의회는 태평양 억지 구상에 전력 증강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규정하지는 않아 바이든 행정부에 예산 사용의 재량권을 부여했다. 단 국방수권법안에 최신형인 버지니아급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2척의 건조 예산을 책정했다. 당초 미 해군은 1척 건조 예산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의회가 2척으로 늘렸다. 미 의회가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