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기피 대상 1순위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이 징계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 차관은 2017년 비검찰 출신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을 보좌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불만이 많아 윤 총장에게 반감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이종근2'라고 돼 있는 인물과 징계위 관련 상의를 하는 대화가 오간 것 역시 공정성 논란을 키웠다. 이뿐 아니라 지난달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장관을 조사하면서, 만남 장소로 이 차관의 개인 사무실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차관은 윤 총장 측에서 기피를 신청하면 징계위에서 사정을 소명하겠다며 절차대로 하면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논의를 위해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정회되자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개되지 않은 검사 징계위원 중 반드시 기피 신청할 위원 명단 일부도 확정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사찰' 의혹을 직접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기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 총장 감찰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박 담당관의 남편인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도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캐스팅보트' 쥔 외부위원 3명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을 제외한 6명은 10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이 신청한 위원 기피 여부를 먼저 결정할 전망이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외부 위원 3명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윤 총장 손을 들어준 감찰위원회처럼 외부 위원들의 판단은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법조계에서는 이들 역시 추 장관이 지명한 인사들이어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징계위가 하루 만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새로운 인물로 구성된 징계위를 재소집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징계위가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위원 명단은 물론 감찰 기록도 제대로 받지 못해 방어권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피 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징계위 결정 이후 행정소송에서 법무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징계위 개최 무산 가능성도
현직 판사 일부가 최근 논란이 된 대검찰청의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7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 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징계위 개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검사징계법 5조2항2호와 3호에 대한 헌법소원과 헌재 판단 전까지 징계절차를 멈춰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가 징계위 개최 전 윤 총장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징계 심의 일정은 중단된다. 다만 징계위 개최 전에 결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