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르면 9일쯤 TH-X 도입 사업의 3차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1742억원으로, 내년 중으로 계약해 2024년까지 40여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군, 부속 구하러 육군 퇴역 UH-1H 들여와"
지난해 4월엔 꼬리날개 고장으로 비상착륙
방사청, 예산 증액 요구했지만 퇴짜 맞아
"3차서도 유찰되면 도입 지연 장기화 걱정"
방사청은 유찰 가능성 때문에 3차 입찰을 앞두고 총 사업비를 약 2022억원으로 현실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기존 사업비로는 시뮬레이터와 수리 부속 등을 제외하면 대당 35억원 선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1ㆍ2차 입찰 당시 업체들이 제시한 도입가는 대당 40억 원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기존과 동일하게 예산 1742억원을 배정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예산에 발목이 잡혀서 또다시 유찰된다면 사업방식 자체를 원점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선행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후속기 도입 시기가 대폭 늦춰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특히 해군은 수리 부속 확보조차도 큰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해군은 지난해 말 훈련기를 알루에트(ALT)-Ⅲ에서 UH-1H로 전면 교체했다.
UH-1H의 경우 육군에선 올해 모두 퇴역시킨 기종이지만, 그나마 수리 부속 확보가 용이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군 소식통은 “수리 부속이라도 돌려막기로 쓸 수 있다는 이유로 훈련기를 교체했다”며 “그래도 없는 부속이 많아서 육군에서 4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군 고위 관계자는 “육군의 500MD 훈련기로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전술 비행 감각을 익히는 데 한계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UH-1H가 도태된 상황이어서 (소형기인 500MD로는) 훈련 공백을 메우기가 어려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군은 더는 사업을 늦출 수 없다고 보고 3차 입찰에서 작전요구성능(ROC) 평가 기준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4인이었던 탑승 인원을 3인으로 바꾸고, 온도ㆍ체공시간 등의 조건도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요구성능이 낮아지면 업체 입장에선 당연히 더 싼 기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군이 다급한 나머지 훈련에 적합한 기종보다 노후기 대체에 방점을 두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맞춰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