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행정법원의 피고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는 10일 열릴 법무부의 검사 징계위원회가 사전에 자기들끼리 짠 각본대로 윤 총장에 대해 해임·면직·정직·감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이어 대통령이 안타까운 표정을 연출하며 징계안에 서명하는 순간 작동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징계처분의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낼 것이 불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징계의 서명권자 즉, 징계의 완성자이자 징계의 집행자인 문 대통령이 소송의 피고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 문 대통령은 1년 반 전 “우리 총장님”하면서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피소당하는 셈이니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겠다.
진작 추미애 안 자른 대가 치를 것
10일 미리 짠 대로 징계 결정나면
윤석열, 대통령 상대 소송 불가피
문 대통령의 우물쭈물 때문에 기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윤 총장의 첫 번째 법리는 징계위가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할 경우, 징계청구권자와 의결권자가 사실상 일치하는 원님재판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원천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즉, 검사가 징계 대상일 경우 검찰총장이 징계 청구를 하고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를 통해 의결함으로써 청구와 의결이 분리된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대상일 때는 징계 청구와 의결 모두 실질적으로 법무부 장관 동일인이 수행하는 결과가 나타나기에 헌법상 공정하게 판단받을 권리가 박탈된다.
윤 총장의 두 번째 법리는 군이나 공무원의 경우 징계 대상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로 징계위가 구성되는데 이번 사건의 징계위원 중엔 법의 미비로 검찰총장보다 직급 낮은 검사들이 들어간다는 점이다(검사징계법 5조 2항).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법으로 징계하는 사례는 한국에서 처음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예상치 못하고 만들어졌던 검사징계법의 관련 조항도 차제에 정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늘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추 장관의 마구잡이 행동이 역설적으로 법령의 진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우물쭈물하다 추 장관도 못 자르고 징계위도 중단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이 낼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피고로 떨어질 지경이 됐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앞으로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레임덕이 급속히 진행돼 집권세력 안에서 고립이 깊어질 것이다. 숱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를 일도 있겠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