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5로 올리기로 했다. 바뀐 거리 두기 5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위다. 8일 0시부터 이달 28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수도권의 경우 노래방·실내체육시설·학원 등 14만여개 업소가 문을 닫는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코로나 19 확산이 본격적인 대유행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처를 통해 수도권의 일일 신규 확진자를 150~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실기(失期)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보는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2.5 단계 기준을 갖춘 지 꽤 됐지만, 정부가 경제 충격을 이유로 올리지 않았다”며 “너무 늦었다. 이미 코로나 19 환자가 만연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증가세를 꺾기 어려울 것이다. 3단계로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제일 걱정되는 게 의료시스템 붕괴다. 중환자 병상이 너무 부족하다”며 “정부가 선제 대응 없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일주일 하루 평균 신규 환자는 400.1명이었다. 그 전주 평균(255.6명)에서 크게 늘었다. 거리 두기 2.5단계 상향기준은 전국 주 평균 확진자가 400명~500명 이상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2.5단계로 올리지 않았다. 사우나 등 특정시설을 콕 집어 ‘2단계+α’를 적용(1일 0시)했다. 전국 중환자실 병상은 한 달 새 131개에서 55개로 줄었다.
정부의 현 상황 진단이 너무 안이하고 위기 대응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8월 유행 때 단계를 올리면 2주 후 떨어진 경험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수도권에 2단계로 격상했는데, 이번에 8월과 확산 양상이 달라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상황이 종전과 다르다는 위기 인식을 정부 내에서 공유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7월, 10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완된 시그널을 주면서 방역 집중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이로 인해 중환자 치료 병실 준비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구·경북 유행 때처럼 대구동산병원 같은 전담치료시설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직 겨울이 석 달 남았다. '1, 2차 유행 잘 넘어왔으니 이번에도 곧 가라앉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상을 왜 확보하지 않았느냐, 역학조사원을 왜 제대로 충원하지 않았느냐, 그리하는 바람에 추적 조사 놓치고 K 방역 무너진다는 식으로 방역 주체 간에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겨울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중점관리시설 방역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식당의 경우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한다. 이렇다 보니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이 몰리게 된다”며 “테이블 1m 띄우기 등으론 한계가 있다. 1m 간격 띄우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진다. 바글바글 모여있으면 감염 위험이 크다. 서울 종로의 파고다 식당이 그 예"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식당 영업을 늦게까지 허용하되 가게 입장 인원을 더 줄여주는 게 방역에 효과적이다. PC방도 칸막이를 설치하면 한 칸 안 띄워도 된다. 화장실 갔다 오면서 모여서 얘기하면 소용없다. 입장 인원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결혼식장은 인원을 제한하는데,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최근 SNS에 “미리 설정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조치를 덧붙이는 형태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