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의 '악수' 판단 틀렸다? 법조계 "尹 헌법소원은 묘수"

중앙일보

입력 2020.12.06 14:37

수정 2020.12.0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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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논의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와 관련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를 두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오는 10일 개최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위원회 구성을 문제 삼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했다. 징계위를 나흘 앞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가 ‘묘수(妙手)’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한다.

 

“尹의 악수”…신임 법무부 차관의 평가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은 지난 4일 법무부 관계자들과의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윤 총장 측의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대체로 이것은 실체에 자신이 없는 쪽이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검사징계법은 징계위원으로 장관과 차관, 그리고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및 변호사·법학 교수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각 1명으로 구성된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도 하고, 위원 대부분을 지명·위촉하는 등으로 징계위원의 과반수를 구성할 수 있다”며 “공정성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이 차관은 채팅방에서 “악수(惡手)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언론에 포착된 이 차관의 채팅방에서는 ‘조두현’과 ‘이종근2’가 참석자로 나타났다. 이 중 ‘이종근2’를 두고 이종근 현 대검찰청 형사부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법무부 측은 이 부장의 아내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징계를 소추하는 쪽인 감찰담당관과 이를 심사하는 법무부 차관이 이같은 논의를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데, 징계 절차에서의 소추관인 감찰담당관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징계 청구·위원 구성…“사실상 마음대로”

 
이 차관의 평가와는 달리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는 예상치 못한 반격이라며 묘수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간 전례가 없어 다뤄지지 않았던 검찰총장의 징계에 관한 법의 허점을 바로잡고, 위원회 구성의 위헌적 요소를 지적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진 법으로, 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소추·판단 분리 등 위헌 여부를 충분히 다퉈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일반 검사의 경우 검찰총장이 징계를 청구하고, 법무부에서 징계를 심의한다. ‘소추’와 ‘심판’이 분리되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공정성이 담보된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경우로 전례가 없다. 징계 사안을 심의하는 위원회의 구성은 법률상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다. 징계를 청구하는 쪽에서 판단의 주체를 정할 수 있는 것으로, 소추와 심판이 분리되지 않아 공정하지 않다는 게 검찰 내부 비판이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장관의 뜻을 그대로 반영할 위원들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가능해지면 검찰 전체의 지휘·감독권자인 검찰총장이 오히려 일반 검사보다도 훨씬 더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한다”며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절차로 사실상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속 판단 어렵지만…위헌 인정 시 역풍

 
법조계에서는 통상 전례에 비춰봤을 때 헌법재판소가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징계위가 열리기 전까지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이후에라도 윤 총장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추 장관으로선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관련 사안인데다 부담도 큰 만큼 징계위 전에 헌재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면서도 “향후에라도 헌재가 위헌 소지를 인정하게 된다면 윤 총장으로서는 불복 소송 등에 있어 의미 있는 근거가 생기는 반면 추 장관으로선 위헌적인 징계 절차를 강행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