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금융권 취업준비생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오후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는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을 나흘 앞두고 8000명이 넘는 응시생들에게 취소 통보를 했다.
투자자산운용사는 집합투자재산(펀드)·신탁재산·투자일임재산 운용 업무를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격이다. ‘펀드매니저 자격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은행에서도 입사지원시 우대하기도 하는 등 금융권 취업에 활용범위가 넓어 많은 취업·이직준비생들이 응시한다.
이 시험은 2월에도 취소됐다. 7000여명이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일 년에 세 차례 칠 수 있던 시험이 두 차례(2·11월) 취소돼 올해엔 한 차례(6월)만 열렸다. 취소분에 대한 추가시험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 시험 기회까지 공백이 길어진 취준생들은 애가 탄다. 자동차 영업을 하던 김지현(28) 씨는 “금융권에서도 영업을 잘할 것 같다”며 한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단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취득이 입사 조건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5개월 동안 시험공부에 전념했는데 시험이 취소됐다. 김 씨는 “해당 회사에서도 당장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약속했던 채용이 불투명해졌다”면서 “12월부터 새 직장을 다니게 될 거란 생각으로 이사 계획과 생활비 계산을 해 두었는데, 시험 취소로 생활고에까지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A씨(41)는 지난해부터 무직 상태로 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중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직장을 옮기고자 지원했는데, “자격증을 따 오면 합격시켜주겠다”는 말에 퇴사할 용기를 냈다. 처음 접수한 2월 시험은 이틀 전 취소됐다. “일요일 오전 10시 시험을 금요일 오후 5시에 취소했다”는 게 그의 회상이다. 6월 시험은 치렀으나 불합격했다. A씨는 “시험 취소 후 다음 시험까지 4개월이 남았는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더니 2월보다 6월 시험이 준비가 더 안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 접수한 시험은 이번에 또 취소됐다. A씨는 지난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일부터 또 아르바이트를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년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데 다음 시험까지 백수로 살아야 하니 막막하다”는 말도 남겼다.
‘시험이 취소되느냐’는 문의에 협회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안내했던 점도 응시생들의 혼란을 키웠다.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유 모(26) 씨는 “시험 일정에 맞춰 회사에 휴가를 써야 하는데 혹시 2월 시험처럼 취소될 여지가 있는지 전화로 문의했다”면서“직원으로부터 ‘예정대로 진행되고 취소 논의는 없다’는 답을 들었는데 그다음 날 취소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달 시험을 취소한 만큼 내년 첫 시험을 한 달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중·고교 측에서도 고사장 대여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어려움이 있지만, 투자자산운용사의 경우 (협회의 다른 시험에 비해) 응시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험인 만큼 다음 시험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