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제자에 “찍지 말고 수능 잘 봐” 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개학, 등교 중단, 시험 연기 등 수험 기간 내내 혼란을 거듭했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과거 시험장 앞을 가득 채웠던 응원단은 사라지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보온·방역용품을 챙겨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 입실이 한창이던 이날 오전 7시30분 강원 춘천시 춘천고 앞. 고3 수험생들이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둔 채 하나둘씩 말없이 교문으로 들어섰다. 코로나19 여파 탓인지 수험생 발걸음에선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온라인 개학, 등교 중단, 시험 연기 등 겪은 고3
고사장 응원단 사라지고 차분한 분위기 속 입실
수험생 이상무(18)군은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응원해주시는데 더 열심히 시험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춘천고 교사 강이석(37)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심리 관리 잘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꼭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한다”고 했다.
보온·방역용품 한가득 들고 시험장으로
‘코리아 팬더믹’ 겪은 대구지역 학교 앞은 수능 응원 풍경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고 앞에는 수험생을 태운 차가 잇달아 도착했다. 수험생 딸이 내리려고 차 문을 열자 마스크 쓴 부모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 뒤 경찰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학교 앞을 빠져나갔다. 매년 후배들 북적이던 경북여고 앞에는 이날 안내 교사 1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부산 금정고 앞에도 이날 1㎞가량의 긴 승용차 줄이 생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접촉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험생을 직접 데려다주는 부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부모 허모(55)씨는 “예전에는 수능 전에 시험장을 미리 가보지만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험장을 가보지 못해 혹시 잘 못 찾을까 걱정돼 직접 데려다주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부산지역에선 시험장을 찾지 못하거나 지각 등으로 112에 도움을 요청한 건수가 64건에 달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50분쯤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 앞에서 부산공고까지 수험생을 이송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 지령을 받은 경찰차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고 수험생은 이날 오전 8시10분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에 들어갔다. 또 부산 한 수험생은 입실 시간까지 시험장인 학산여고에 도착하지 못해 부산동여고에서 응시하기도 했다.
‘큰일 났다…시험장이 아니네’
우여곡절 끝에 전국의 수험생들이 이날 8시10분 입실을 완료했지만 일부 교사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청주고 앞에서 제자를 응원한 금천고 교사 안현상(39)씨는 “제자들이 마스크를 온종일 쓰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막판에 집중력이 깨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고 교사 한서희(30)씨는 “지난 4월에야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시험지를 받아 첫 모의고사를 치렀던 제자들이 1년 내내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며 “수능 시험 전에 학교에서 가림막을 설치해 시험지가 잘 넘어가는지 연습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모의고사를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시행된 이번 수능 지원자는 역대 최소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1년 전인 2020학년도보다 10.1%(5만5301명) 줄었다. 지원자 규모는 수능 제도가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역대 최소로 5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준비한 영향으로 시험실은 크게 늘었다. 시험장은 전국 86개 시험지구에 1383개가 마련됐고 시험실은 총 3만1291개로 작년(2만1000개)의 1.5배로 늘었다.
춘천·부산·전주·청주·대구=박진호·이은지·최충일·최종권·백경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