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인 3일 오전 7시3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청주고 앞에서 수험생 한 명이 정문으로 들어가자 할머니 이은주(72)씨가 말없이 바라봤다. 이씨는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보려고 학교를 따라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수험기간을 보낸 손자가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손자가 시험장에 입실한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
이날 청주고 앞은 예년과 달리 새벽부터 나온 재학생들의 응원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화이팅”을 외치는 함성이나 응원 피켓, 현수막도 사라졌다. 승용차를 몰고 온 학부모들은 경찰 통제에 따라 수험생만 내려주고 곧바로 학교를 벗어났다.
청주고 시험장 앞 응원모습 사라져
교사 10여 명만 정문서 제자 격려
금천고 교사 안현상(39)씨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제자들이 수능 등급을 잘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며 “마스크를 온종일 쓰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막판에 집중력이 깨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수능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교 중단 등 수험 기간 내내 혼란을 거듭했던 제자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북고 교사 한서희(30)씨는 “지난 4월에야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시험지를 받아 첫 모의고사를 치렀던 제자들이 1년 내내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며 “수능 시험 전에 학교에서 가림막을 설치해 시험지가 잘 넘어가는지 연습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모의고사를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