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와 명암이 엇갈린 문화재 소식도 있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3대째 물려오던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일이다. 국가지정문화재에 관한 상속세는 면제되지만 가업을 잇는 과정에서 가중된 재정난을 불상 판매 대금으로 해결하려 한 고육책이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더 나은 해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지폈다.
실은 10여 년 전부터 이런 요구는 있었다. 하지만 “상속세 낼 정도면 부자인데, 결국 부자 특혜 아니냐”는 비판에 막혀 주춤했다. 물납 대상 범위를 어떻게 할지, 심의는 누가 할지 같은 세부절차부터 현금납부자와의 형평성, 국가재정건전성 우려까지 논의할 게 태산이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일 아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언제까지 기업 손목 비틀면서 문화 공헌 짜낼 거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인데 부자들이 기분 좋게 기부·납세하는 나라 좀 만들자”고 토로했다.
문화재는 공동체를 묶어주는 공통의 유산이자 문화·관광자산 역할도 한다. 문화재·미술품 대납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의 경우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편지와 작사 노트 등 대중문화 유산까지 세금 대신 받고 있다. 수집가의 선의와 희생에 기대야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더는 아니다. 미래 문화 자산에 투자한다는 자세로 견실한 국회 논의를 기대한다.
강혜란 문화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