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한 도로에서 불이 난 아우디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를 구조한 박강학 강서경찰서 민원실장(경감·57)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박 실장은 1일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오후 10시41분 경찰서 문을 나섰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경찰서 앞 사거리 쪽으로 나오자마자 길 건너편에 전복된 아우디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 엔진에서 기름이 흘러나왔고, 엔진 쪽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박 실장은 곧바로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있던 소형 소화기를 들고 아우디 차량으로 뛰어갔다. 경찰서 문을 나선 지 5분 만인 오후 10시 46분이었다.
박강학 강서경찰서 민원실장 1일 퇴근길에 불난 차량 발견
100㎏ 넘는 운전자 괴력으로 끄집어 내자 10초 뒤 차량 ‘펑’
박 실장 “경찰이라는 직업의식 때문에 바로 뛰어들었다”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꺼내는 데 성공한 박 실장은 5m가량 더 끌고 간 뒤 운전자의 발을 내려놨다. 그러자 곧바로 차량은 ‘펑’하는 폭발음을 내며 활활 타올랐다. 조금만 늦었어도 박 실장과 운전자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신이 든 운전자는 박 실장에게 “생명의 은인이십니다”고 말한 뒤 펑펑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민 신고로 119 차량이 도착했을 때는 차량은 이미 전소한 뒤였다. 박 실장은 “사고가 난 도로는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이라며 “운전자가 살 운명이어서 내 눈에 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아우디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차량이 전복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운전자는 치료를 받고 있으나 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 실장은 “음주운전은 타인은 물론 본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많은 사람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